‘전통문화의 재창조를 통한 국가브랜드가치 확대’라는 이슈가 국가적인 화두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창조경제의 기반을 문화융성에 두고 추진되는 구체적인 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며, 이번 정부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사업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으로 국가경제가 유래 없이 위축되고 세계적으로도 불안정한 시기로 경제대국의 경기가 널뛰기를 하듯 요동치고 있다. 항상 그렇듯이 이런 불안정한 상황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기존의 시장을 장악하던 경쟁세력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고, 그 돌파구를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찾는 것이다.
전통문화의 재창조를 위해서는 우선 전통문화의 재발견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근대에 들어 여러모로 심각하게 왜곡됐고 아직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낡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이 남아있다. 일제 강점기를 통해 지독하게 왜곡된 역사의식 속에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한 우리는 일단 허물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캠페인을 해야 할 지경이었으니 아이러니하다. 그런 캠페인 덕분인지 먹거리만큼은 우리의 것이 좋다는 인식이 정착된 듯하다.
뒤돌아보면 지금 좋다는 웰빙음식은 거의 우리가 어렸을 때 또는 우리의 부모시대에 먹어왔던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먹을 것이 없을 때 먹었던 것들이라며 쉽게 절하해 버리곤 한다. 전통한식을 웰빙음식이라며 열광하면서도 좀처럼 좋은 점수를 주려하지 않는다.
우리의 전통적인 음식문화는 식사예절이 엄격한 소식문화였다. 먹을 것이 없어서 소식을 했을까? 그렇지 않다. 낭비하지 않는 문화가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식사예절을 어느 나라보다 중요시했던 우리 민족이었다. 우리 세대만 해도 엄격한 식사예절을 배우며 자라났다. 식사 중에 이야기하지 마라, 우적우적 씹는 소리 내지마라, 후루룩 후루룩 마시는 소리 내지마라, 흘리지 마라, 남기지 마라 등 결코 음식이 비싸거나 부족해서 말라는 꾸지람만은 아니었다. 쌀 한 톨 한 톨 농부의 고생을 생각하며 고마워하라는 가르침이었다.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근간이었던 불교에서 식사예절은 수행의 중요한 과정이기도 했다. 발우공양이라는 식사예절을 통해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누는 공평사상, 철저히 위생적인 청결사상, 일체의 낭비가 없는 절약사상, 공동체의 단결과 화합을 고양하는 공동체사상의 실천은 우리 식사문화의 근간이 되었다.
사극을 보면 성대하게 차려진 임금의 수라상이나 양반의 잔치상, 조상에게 제를 지내기 위한 제사상 등이 자주 나오면서 우리의 음식문화에 낭비가 많다는 편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이런 푸짐한 음식상은 차려진 음식을 다 먹으라기보다는 음식을 장만한 정성을 먼저 알고 차려진 음식을 아랫사람에게 나누며 서로의 유대관계를 이어가는 인정이 서려있는 관습에서 유래했다.
이런 관습으로 우리는 음식을 아주 조심스럽게 한쪽부터 덜어서 먹는 습관을 지니게 됐고 이것저것 마구 쑤석거리지 않는 식사예절이 나타났다. 이런 음식상을 물림상이라 불렀으며 자녀나 아랫사람과 나누기 위해 더 푸짐하게 만들려는 경향이 생겼다.
물림상은 먹다 남은 음식과는 다르게 커다란 은혜로 받아들여졌으며, 물림상을 위해 음식을 다 먹지 않는 것도 식사예절이었다. 경상도 안동의 유명한 헛제사밥을 보면서 아름다운 나눔의 전통문화를 느끼기보다는 얼마나 먹을 것이 없으면 헛제사를 핑계로 음식을 했을까하지만 실제로는 밤늦게까지 공부하던 선비가 야식을 만드는 일이 동네사람에게 미안해서 만들었던 음식으로 제사를 지냈다며 이웃사람을 불러 나눠먹던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것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이런 전통문화의 재발견을 통해 우리의 한정식문화가 잘못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의 음식문화를 새로운 가치로 재창조할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전통문화의 재창조를 위한 재발견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이유다.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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