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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PK:별에서 온 얼간이] 문명은 사실보다 거짓으로 만들어진 게 많다는데…

세상에 신은 한 분입니다 / 당신들이 만든 신 말고 당신들을 만든 신을 믿으세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거짓말 할 줄 아는 사람과 할 줄 모르는 사람. 불가사의 한 게 이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뒤섞여 산다. 거짓말 탐지기란 게 있긴 하지만 용도가 따로 있다.

 

진실은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면서 변할 수도 있다. “당신만을 영원히 사랑할 거야.”, “나도!” 철석같은 언약이 거짓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이들이 죽을 때까지 지켜봐야만 한다. 거짓말쟁이는 있지만 정직 쟁이는 없다.

 

영화 <거짓말의 발명> 은 이 세상에 거짓말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거짓말이 없으면 상상력도 허구도 없다며. 영화는 눈에 보이는 대로 평가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요양원은 ‘오갈 데 없는 늙은이들을 위한 슬픈 곳’이란 간판을 달고 있다. 호텔 프런트 여직원은 고객에게 하는 첫 인사가 “인상이 안 좋으시네요.” 한 아줌마가 이웃집 아기를 보며 하는 인사는 “아이가 쥐새끼같이 생겼네요.”다. 경찰이 음주단속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술 마셨어요?”라고 묻기만 하면 된다.

 

주인공 ‘마크’는 은행잔액을 속여 500불을 더 찾으면서 거짓말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거짓말을 해서 카지노에서 돈을 따고, 시나리오를 써서 크게 성공한다. 문제는 뚱뚱하고 못생긴 그의 외모다. 애인이 2세를 걱정하며 결혼을 피한다. 돈으로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한다. 들창코에다 뚱보인 아들을 낳지만, 아이는 거짓말하는 능력을 가졌다.

 

인도영화 는 주인공 ‘PK’(아미르 칸 분)가 지구에 들어와 이처럼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과 좌충우돌한다는 이야기다. 행색부터가 특이한 게 그는 옷을 입지 않았다. 솔직하다는 뜻일 터. 우주선에서 내리자마자 리모컨(우주선을 부르는 기기)을 강탈당하고 헐레벌떡 달려간 곳이 ‘델리’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리모컨을 찾는 길은 신께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제단만 있으면 달려들어 빌게 되는데, 엄청난 혼란에 빠지고 만다. 신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과의 만남이 부자(富者)는 자유롭지만 가난뱅이들은 줄을 서서 오래 기다려야만 한다. 그런 와중에도 천방지축 신(神)이란 신은 다 만나고 다닌다.

 

신이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 어찌 된 영문일까. 사람들은 그를 ‘PK’(술에 취했다는 뜻도 있음)라며 야유를 보내고 구박한다. 자신의 기행(奇行)을 추적하던 방송국 여기자 ‘자구’(아누쉬카 샤르마 분)의 도움을 받으며 신을 좇던 중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사람이 만든 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신도들이 신에게 거는 전화를 자기 들 쪽으로 착신전환 했다.

 

사람들이 만든 신을 축출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신을 만날 수 있다. “세상에 신은 한 분입니다. 당신들이 만든 신 말고 당신들을 만든 신을 믿으세요. 사람들은 상대방 마음 읽어서 오해할 일 만들고, 그로인해 서로 시기하고 미워하는 일을 되풀이 합니다.” 라며 하소연한다.

 

도둑은 리모컨을 한 사이비 교주에게 팔아넘겼고, 교주는 이를 히말라야 산맥에서 기도하던 중 신으로부터 받은 성스러운 물건이라며 강단에 올린다. 급기야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지고, 물건은 토론에서 승리한 PK에게 돌아간다. 자기별에 돌아간 그는 후에 지구로 향하는 종족들에게 당부한다. “지구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어.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해. 주의하라고. 신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사람을 만나면 그냥 유턴해서 최고속도로 달려.”

 

딴은 그렇다. 자기들(지구 사람들)도 헷갈리는데, 다른 별에서 온 사람이 함의를 무슨 재주로 알아차린단 말인가. 영화 <거짓말의 발명> 은 ‘이 세상 문명은 사실보다 거짓말로 만들어진 것이 더 많다.’라고 주장한다. 자기 신이, 자기편이 진짜라며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 들. 그 속에서 난무하는 말, 말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 rome)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뜻하는 용어다. 성취 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PK가 사는 행성이 궁금하다. “우리 행성에서는 거짓말 안 해요.”라는 그의 말을 믿으려니 더 그렇다. 그가 속한 행성의 문명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 속 PK는 제 삼자를 말함이지 싶다. 나도 너도 아닌 3인칭 제 삼자. 나와 전혀 관련이 없는 존재가 나의 억압과 욕망을 터치한다. 내안의 나는 무엇을 진실이라 믿고 사는지,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자문자답하게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스스로에게만은 거짓을 허용하지 말자.’라는 것이다.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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