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寒露)는 양력 10월 8일경으로 24절기 가운데 열일곱 번째 절기다.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들어 있으며 우주 태양의 황경(黃經)이 195°일 때다.
이 무렵이 되면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아침이면 풀잎마다 찬 이슬이 맑은 유리구슬처럼 알알이 맺히는 때다. 또한, 이슬이 얼어서 서리가 되기 직전에까지 이르게 되는 시기다.
세시기에 따르면 한로 입기일로 부터 상강 절기까지 15일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었다. 초 후에는 기러기가 초대를 받은 듯 모여들고, 중 후에는 참새가 줄고 조개가 나오며, 말 후에는 국화가 노랗게 핀다고 하였다.
들판에는 누렇게 익어 가는 벼에 서리가 내리기 전에 농부들은 추수를 서두른다. 농가에서는 이때가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벼를 베고, 밭곡식을 거두어 타작 하느라 분주한 때다. 한편 이 절기는 풍년을 노래하는 절기이기도 하다.
요즘 온갖 과일들은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고 단맛을 더하며 탐스럽게 익어간다. 밤 · 배 · 사과 · 오미자 · 머루포도 등 풍성한 각종 과실을 수확 할 때이다. 산 과실로는 머루 · 다래 · 으름 등, 신선한 과일로 여기고 깊은 산에 올라가 따기도 했다. 이래저래 농부들의 일손은 바쁘고 바쁘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한로 절기는 중양절(重陽節)과 겹칠 때가 많다. 음력 9월 9일을 중구(重九) 또는 중양일(重陽日) 중양절이라고 하는데, 구(九)자가 겹쳤다는데서 기인한 것이다. 중양절은 신라 때부터 군신들의 연례 모임이 이날 행해졌으며, 특히 고려 때에는 국가적인 향연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선 세종대왕 때에는 중삼, 즉 3월 3일(삼짇날)과 중구를 명절로 공인하고, 노인과 대신들을 위한 잔치인 기로연(耆老宴)을 추석에서 중구로 옮기는 등, 이날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나라에서는 특별히 과거시험을 실시하여 이날을 기리기도 했다.
이날은 고려 이래로 설날, 단오, 추석과 더불어 임금이 참석하는 제사를 올렸다. 일반가정에서는 추석 때 햇곡식으로 제사를 올리지 못한 집은 이 날 조상에게 천신(薦神)하며 추석 다례를 대행하기도 했다.
한로 절기에는 중양절과 같이 특별한 민속행사를 하지는 않았다. 대신 사람들과 어울려 국화술과 국화전을 장만하여 마시며 즐겼다. 또한, 높은 산에 올라가 붉은 수유(쉬나무) 열매를 따 머리에 꽂고 다니기도 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붉은색이 마귀를 물리칠 힘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봄의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하고 관광을 즐겼다. 이때부터 등고(登高)의 풍속이 시작됐다.
가을철 별미로는 논두렁 사이의 수로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수철에 힘든 농부들의 미각을 돋우고, 기력을 보충해 주는 풍습이 있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추수하면서 으레 이웃과 함께 새참을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특히 먹을거리가 귀한 그때, 이러한 풍속은 선인들의 훈훈한 인심이요, 미덕으로 후세들이 본받으려니 싶다.
한로 절에 농가에서는 추수하며, 보리와 밀 등의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의 일손은 바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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