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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를 활기찬 고령친화도시로

인구고령화 대응 위해 중장기 복지정책 수립 / 자치단체장 의지 중요

▲ 객원논설위원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는 요양병원 보다는 당신이 평생 사셨던 내장산 넘어 시골집에 계시기를 원했다. 하지만 거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집에 모실 수가 없었다. 자식들이 모두 도시에 나가 생활하고 있는데다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처지여서 더욱 그랬다.

 

그 전에, 어머니는 형님 집에 가까운 서울의 요양병원에 계셨다. 그러다 시골집에 가시고 싶다 해서 고향 인근의 요양병원으로 옮겨드렸다. 자식들이 자주 찾아뵙는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허물어졌다.

 

열흘 후면 어머니 가신지 1주기다. 지금도 내 이름을 부르며 “집에 데려다 줘!” 하시던 모습이 선하다. 구순까지 수(壽)를 누리셨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 온다.

 

노인들이 자신이 생활하던 곳에서 여생을 보내다 눈을 감을 수는 없을까. 나아가 주민 모두가 편안한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것은 선진 복지국가들이 지향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에서 찾을 수 있다. 복지 선진국들은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노년을 지역사회에서 보내는 노인복지정책을 최우선 모토로 한다. 흔히 이들 나라가 요양시설 중심의 노인보호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미국만 해도 실제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노인 인구는 3%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우리는 도시 외곽에 요양병원 등 노인요양시설을 대거 건설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세계적 추세와 동떨어진 셈이다.

 

이에 맞는 도시개념이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 Cities)다. UN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며, 2002년 스페인 마드리드 노인 강령에서 비롯되었다. WHO는 2007년, 전 세계적 인구 고령화와 도시화에 따른 파급효과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기찬 노년(Active Aging)’을 제시했다. 건강과 참여, 안전이 ‘활기찬 노년’의 3대 기둥이다. 이어 2009년 ‘WHO 국제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미국 뉴욕시가 2010년 최초로 회원도시 가입 인증서를 받았으며 2015년 10월 현재 33개국 287개 도시가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서울시가 2013년 유일하게 가입했고 부산과 인천, 수원, 제주 등이 2017년 가입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고령친화도시가 되기 위해선 건물과 교통, 주택, 사회 참여, 일자리 지원 등 8개 부문에 걸쳐 점검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전북, 그 중에서도 전주시는 어떠한가. 두 가지 방향에서 이에 대한 대응이 절실하다. 첫째, 인구고령화에 대한 선제적 대처 필요성이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이며 전북은 그 앞부분에 자리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전남에 이어 18.5%로, 전국에서 2위로 높다. 도내에서 임실과 진안, 순창은 30%를 넘었다. 전주시는 아직 11.5%에 머물고 있어 낮은 편이다. 이러한 노인 비율은 2020년 20.6%, 2040년 37.5%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북의 수부(首府)인 전주시가 먼저 나서야 한다.

 

둘째,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다. 지금까지 우리의 복지정책은 생활보장 중심이었다. 이것이 보건과 일자리, 사회참여 등 전분야로 확산되고, 개인과 공급자 중심에서 가족 등 통합적 수요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베이비부머 및 중산층을 포함한 중장기적 정책 수립도 요구된다. 이러한 흐름에 앞서가기 위해선 고령친화도시 인증이 최선의 방책이다.

 

지금 복지선진국들은 단순히 노인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아동과 여성 등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 도시디자인(universal design)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뜨겁고 젊은 이미지의 도시 뉴욕이 가장 먼저 고령친화도시에 선정된 의미를 새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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