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재즈 등 다양한 만남 / 우리들 삶 고민 담은 작품으로
음악은 삶의 유비(類比)라고도 한다. 닮아있다는 뜻이고, 동일한 속성을 가진다는 의미다. 짧은 예술가의 삶과는 다르게 일부 음악은 오랜 시간을 견디며 고전(古典)이 되고, 전통(傳統)이 되기도 한다. 세상 어디에서나 서로 다른 시대성이 함유된 음악이 켜켜이 쌓이는 한편, 이전과는 다른 감성을 담고 변모된 장르가 새롭게 등장하기도 했다. ‘새로운 형식’은 기존의 주류 음악이 가진 형식미와 원칙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을 상징했고,예술적인 가치가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퇴색되지 않고 이어지면 ‘전통’이 되었다. 기존 음악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변화들은 풍성한 토양을 가꾸었기에 새로운 음악의 출현은 언제나 당연하고 반가운 일이다.
△시대와 호흡하며 모습 갖춰
전통음악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려시대의 정과정, 삼기곡에서 유래했다는 ‘가곡’은 만대엽-중대엽-삭대엽의 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18세기까지 이어졌다. 이후 19세기에 농·락·편을 통해 대중화되었고, 오늘날 남여창 41곡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변화의 과정에서 느린 노래였던 만대엽, 중대엽은 시간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삭대엽에서 파생된 새로운 형식들은 뼈대를 형성하며 이어지는 것이다.
‘영산회상’도 마찬가지다. 조선 초기 음악의 원형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상령산이 본격적으로 풍류방에서 연주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로 추정하는 것이 정설이다. 이후 중령산과 세령산이 더해졌고,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오늘날 연주되고 있는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상령산에서 타령까지의 곡 변화는 수세기에 걸쳐 형성된 새로운 형식들이 그 각각의 시대성을 대표하듯 이전의 전통 곡들과 함께 차곡차곡 쌓이며 어울린 것을 보여준다.
이렇듯 ‘가곡’과 ‘영산회상’을 통시적으로 보면, 전통의 원형미를 간직하되 새로운 프레임의 수용을 통해 외연이 점차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원형의 보존에 대한 진중함과 더불어 실험과 창작의 결과물이었을 새로운 형식에 대한 관용과 포용의 역사도 담겨있는 것이다.
△원형 보존하며 실험성 더해
오늘날에도 원형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예술적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작곡이 아닌 전통음악의 통상적인 장르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그 음악적 외연의 확장을 다루는 것은 ‘시나위’일 것이다. 시나위는 무속음악으로, 특정 지역의 음악적 색채가 강조되거나 무용의 반주로 연주되었다고 인식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무대 위에서 연주되는 시나위는 음악적 상상을 무한대로 확장시키는 다양한 실험과 창작으로 이어진다. ‘즉흥’이라는 연주자의 자유로운 해석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구성과 능수능란한 선율감으로 펼쳐진다.
△음악적 고민과 노력 지속해야
해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소리프론티어’에서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진중한 고민의 결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노력들은 긴 시간을 통해 잘 다듬어진 성과라는 점에서 반갑고 무척이나 소중하다. 특별히 올해 본선에까지 올라서 경합을 벌였던 3개 팀 모두가 진심으로 반갑고 그 앞날에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현대음악, 재즈 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다른 음악과의 만남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현재성(現在性)을 담고자 하는 노력들이 충분히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모든 시도들은 오늘날 우리들 삶 속에 투영된 고민을 담은 실험과 창작이며, 전통음악의 외연을 확장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역사의 흔적이 켜켜이 적층된 전통음악이 이 시대의 거인이라면, 그 어깨 위에 올라 앉은 음악적 고민과 노력이 더 넓고 먼 지평선을 향해 지속적으로 변화해 나가길 바란다.
※ 이 칼럼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sorifestival.com)’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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