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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유산, 지역의 새로운 미래다 ③ 음악 도시, 잘츠부르크

인구 15만 도시에 매년 관광객 600만명 발길 / 구시가지 게트라이데, 세계문화유산의 정수 / 미래 세대 문화소중함 알리는 노력도 이어져

▲ 호헨성에서 바라본 잘츠부르크 시내 전경.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4대 도시다. 그럼에도 수도인 비엔나에 이어 2대 도시인 그라츠나 3대 도시인 린츠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모차르트가 태어난 음악의 도시로, 또 바로크 건축 양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성당의 도시로 유명하다. 여기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지로 일약 세계적 관광지로 떠올랐다.

 

인구 15만명의 ‘작은 도시’에 매년 600만명이 관광객이 찾는 매력은 어디서 나올까. 시민들은 250년 전 죽은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를 먹여 살린다고 말한다. 실제 잘츠부르크의 관광은 대부분 구시가지 게트라이데 거리의 모차르트 생가에서 시작된다. 생가는 현재 모차르트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모차르트가 직접 사용하던 물건은 거의 없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모차르트박물관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50만명에 이른다.

▲ 미라벨정원, 영화‘사운드 오브 뮤직’촬영지로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생가 인근에 있는 대성당(돔성당)은 모차르트의 부친이 악장을 지낸 곳으로, 6000개의 파이프 오르간이 성당의 큰 자랑이다. 성당과 성당 앞 무대에서는 모차르트 음악을 중심으로 매일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구시가의 중심에 있는 레지던츠 광장에는 종탑이 우뚝 솟아있으며, 35개의 종으로 매일 모차르트의 ‘돈조반니’에 나오는 미뉴에트 등이 연주된다. 위대한 음악가 한 사람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다. 모차르트를 기념해 1920년부터 매년 여름 열고 있는 ‘잘츠부르크 음악제’ 와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의 고향이라는 점도 음악의 도시에 힘을 보탠다. 잘츠부르크를 세계적 관광지로 띄운 데는 일본 관광객이 있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지 미라벨정원을 일본인들이 가장 먼저 좋아했단다. 한류열풍을 불게 한 드라마 ‘겨울연가’의 배경지 남이섬에 몰려든 일본 관광객들을 연상하면 될 것 같다. 지금은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단다.

 

밖으로 드러난 매력 외에 잘츠부르크의 숨은 진면목은 옛 것의 보존에 있다. 건축의 도시이기도 한 잘츠부르크의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오스트리아 전체 3만6500개 보호유적이 있으며, 그 중 2만6000개가 건축물이다. 잘츠부르크 주에 있는 보호 유적은 2500개에 이른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폭격으로 많이 파괴되기도 했지만, 교회와 궁전 등 바로크 건축의 작품이 많이 보존되어 있어 ‘북쪽의 로마’로 부른다. 구·신도시를 구분하는 마카르트 다리는 19세기 오스트리아 화가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사랑의 결실을 염원하며 관광객들이 달아놓은 열쇠가 장관이다. 시에서 다리 붕괴를 염려할 정도란다. 중소 수공업도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구도시 게트라이데는 잘츠부르크의 정수다. 건물들은 바둑판처럼 배치됐으며, 오랜 역사를 보여주듯 구멍 송송 뚫린 벽들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오래된 집들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이다.

▲ 잘츠부르크 구시가지 게트라이데.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잘츠부르크의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찍부터 법적 장치가 마련된 데서 찾을 수 있다. 1745년 오스트리아의 여제였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도시건축물보존에 관한 명령이 있었고, 1923년 문화재유적보호를 헌법으로 명시했다. 특히 1967년 구시가지보존법을 만들어 도시개발에 제동을 걸었고, 매년 보호구역의 범위를 넓혔다.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엄격한 규제와 관리를 해온 것이다.

 

잘츠부르크에서 문화재의 관리는 여러 계층의 협력 작업이다. 중앙정부, 소유주, 정책 입안자, 수행하는 업체, 작업자, 건축당국, 각종 위원회가 협력한다. 그 중심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감정위원회가 있다. 만약 소유주가 유적을 개선하거나 수선하기를 원하면 연방유적청이나 주에서 운영하는 감정위원회를 찾아 상담을 받는다. 감정위원회는 소유주가 왜 건물을 바꾸려고 하는 지 의도를 파악한 후 방향을 정하고 지원을 해준다. 문화재 관리와 함께 미래 세대에게 문화재의 소중함을 알리려는 노력들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단다. EU가 정한 문화유적의날 행사를 갖고 있으며, 청소년 대상의 각종 행사를 갖고 있다고 감정위원회 위원인 브로야키씨와 에바 호디씨가 설명했다. 이들은 “구 시가지 문화재가 우리 역사의 증언이고 우리 조상의 증언이다”고 덧붙였다.

 

● 잘츠부르크 문화재 어떻게 관리할까…담당자에 듣다 "역사유적, 면밀한 조사·기록으로 남겨야"

▲ 잘츠부르크 문화재 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빅토르 브로야키 씨(사진 오른쪽)와 에바 호디 씨.

-문화재보호의 중심에 있는 감정위원회는 어떤 기관인가.

 

“5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모든 건축물의 변경시 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한 해 크고 작은 것을 합해 500건 정도 처리하고 있다.”

 

-1967년 구시가지법 제정 후 50년 동안 유지됐다. 이 법이 중앙정부와 상황에 따라 흔들린 적은 없었는가.

 

“법 시행 후 항상 강화됐다. 구역 역시 확대했다. 80년 초까지 전면만 못 건드리게 했다. 법 강화로 내부도 못 건드리게 했다.”

 

-법 강화에 따른 주민 반발은 없었으며, 어떻게 극복했는지.

 

“민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위원회가 중개하고 설득시킨다. 내부 바꾸고 싶어하는 소유주를 대상으로 노하우를 갖고 토론한다. 바꾸고 싶은 이유를 듣고서 건물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전체 시 모습이 어떨지 등을 설명한다. 몇 년에 걸려 설득하는 경우도 있다.”

 

-규제에 대한 보상은.

 

“기본적으로 보상을 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소유자가 꼭 바꿔야 할 상황에서 바꿀 수 없도록 조치할 때 일부 보상이 있다. 피해보상액 정도이다. 이를 ‘재정균형’ 이룬다고 한다. 예를 들어 창틀이 부서져 다시 만들 경우 플라스틱과 같은 현재의 재료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옛날 방식대로 만들면 비용이 증가한다. 그 차액을 소유주에게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규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 수위는.

 

“벌금형으로 그리 강하지 않지만, 원상 복구 조치시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유적보존을 위한 재정 지원 규모는.

 

“중앙 정부에서 한해 100만유로(한화 13억원)가 지원된다. 주정부는 연간 70만 유로를 유적보존 지원금으로 쓰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지정 후 달라진 점이 있는가.

 

“1967년 구시가지 보호법 즉 문화재보호법이 있기 때문에 달라진 게 없다. 잘츠부르크가 이미 유명했기 때문에 관광객 증가에도 별 영향이 없었다.”

 

-문화재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 정도는.

 

“어렵지만 아주 중요한 테마다. 문화재를 어렵게 여기는 청소년들을 위해 아주 작은 질문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 한 아이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게 어떤 건물로 데려가 이 집이 몇 년이 됐을까로 시작한다. 아이가 그 건축 연도를 추론하면서 문화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문화재 보호와 관련, 한국에 조언할 말이 있다면.

 

“과거의 역사적 산물을 관광자원화 시킬 때는 남아있는 유적을 제일 먼저 조사해서 기록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화가 바로 오스트리아 국민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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