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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판소리'의 새로운 도전] 한국 소리, 다른 장르와 이유있는 만남

전통 판소리 원형 좋아 / 퓨전음악 시도 아쉽기도

▲ 안나 예이츠가 ‘홍익인간’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얼마전 ‘201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막을 내렸다. 나는 현장에서 축제를 관람하지 못했지만 사진을 보니 올해도 대단한 공연들이 많았던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영국의 학교로 돌아와서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생활하고 있다. 지금은 논문을 쓰고 발표를 하면서 학자로서, 또 판소리로 활동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한국에 있었던 1년이 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영국에도 판소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한국음악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음악을 연구하는 사람들

 

내가 다니고 있는 소아스대학(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아시아 아프리카 연구원)에는 세계 여러 음악을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특히 한국음악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와 같이 연구하고 있는 ‘다미’는 장구와 가야금을 전공하고 있다. ‘다미’를 통해 ‘이은석’이란 작가를 ‘런던 K 뮤직 페스티벌’에서 만나게 됐다. ‘이은석’은 영국에서 자란 한국 사람이다. 그는 원래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다가 한국음악에 관심이 생겨 국악기와 서양악기로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곡을 만들게 됐다. 그런데 자신의 곡에 한국적인 느낌이 부족한 것 같다며 판소리만의 특색 있는 음색을 음악에 넣었으면 했다. 그리고 나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나는 이렇게 이은석과 함께 처음으로 구음(가사 없이 특히 시나위에 자주 들을 수 있는 소리)을 작창하게 됐다. 둘 다 조금은 서툴렀지만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참 재미있었다.

 

△ 국악으로 새로운 작창 시도

 

이 곡을 ‘국악’이나 ‘판소리’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국악에 있는 몇 요소를 차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퓨전’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K-Pop’과 가까워지는 ‘퓨전’이 아닌 좀 더 실험적인 현대음악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음악에는 사실 ‘목적’이 있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한국적인 음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이 곡을 통해 도대체 ‘한국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만들었던 곡이다.

 

이 프로젝트의 표어는 ‘홍익인간’이다. 한국에서는 많은 의미로 이 용어를 사용한다. 우리는 각 개인이 사회에 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이 능력을 혼자 성공하는데 사용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작업을 진행했다. 곡을 녹음하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곧 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논문을 쓰기 위해 1년 동안 한국에서의 경험을 정리해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 소리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관객들이 판소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인 것 같다. 나는 한국에 머물렀던 1년 동안 많은 실험들을 목격했다. 창작 작품도 있었고, 창극도 있었고, 가요와 섞인 판소리도 있었고, 정통 판소리의 길을 가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사실 전통 판소리가 너무 좋아서 가끔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른 장르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좀 아쉽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판소리와 다른 장르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국악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장르가 만나 상대방을 이해하고 노력하고, 언제 양보하면 좋을지, 언제 자기 것을 그대로 해야 할지 알게 되면 재미있는 음악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전통 판소리를 향한 나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음악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안나 예이츠 영국 런던대 한국음악연구 박사과정

※ 이 칼럼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sorifestival.com)’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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