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재단의 열정적 운영, 700년 웅장한 역사 꽃 피워
이탈리아 피렌체는 보물상자와 같은 도시다. 인구 13만명의 도시에 미술관·박물관만 70여개에 이른다. 1일 관광객 수가 12만명으로,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살고 있는 도시다. 15~16세기 찬란한 르네상스를 꽃 피운 곳이 피렌체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3대 천재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가 피렌체를 중심으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벌였다. 건물과 복식, 음악, 조각, 회화 등에서 빛나는 예술적 성취들이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단테의 〈신곡〉이 피렌체에서 나왔으며, 〈군주론〉의 마키아벨리 역시 피렌체 출신이다.
피렌체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로 지정된 도시다. 르네상스 스타일을 갖춘 많은 건물이 하나의 아름다운 도시를 이루고 있다. 일반 건물까지 르네상스 스타일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은 이런 피렌체 역사와 문화의 중심에 있다. 두오모 대성당을 중심으로 모든 유적들이 하나의 파노라마를 이루며 어우러져 있다.
피렌체 도시의 랜드마크인 두오모 성당의 공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Cathedral of Santa Maria del Fiore)’.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뜻이다. 피렌체 이름이 ‘꽃’이란 데서 나온 것처럼 두오모 또한 꽃을 주제로 만들어졌다. 성당 공사가 시작된 1296년 즈음 피렌체는 부와 권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종교적으로 자신만의 독자성을 갖는 심벌을 염원했던 시민들의 바람으로 탄생했다. 170여년에 걸쳐 진행된 대공사에 수많은 건축가와 미술가 등이 작업에 참여했다. 돔은 원근법의 창시자인 브루넬리스키의 작품이다. 성당은 세례당·대성당(두오모)·조토의 종탑·박물관 등 10여 개 건축물로 구성돼 있다. 성당안은 팔각형 모형이다. 르네상스 양식과 고딕양식이 합쳐진 이 성당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이며, 성당의 상징인 돔 크기(가로·세로 50m, 세로 90m)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티칸에 버금간다.
7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두오모 성당의 영광 뒤에는 성당을 지켜온 오페라 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재단이 있다. 재단은 성당이 완공된 후 100년이 지난 뒤 주민들의 요구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성당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민간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중앙 정부나 시로부터 달리 지원을 받지 않으며, 그에 따른 제약도 없다. 재단은 민간 운영의 장점으로 ‘빠른 판단’을 꼽는다. 두오모 성당에 보수가 필요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재단은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구성원들간의 결정이 빠른 점도 이점이다.
700년간 성당을 운영해오면서 쌓인 노하우는 곧 재단 자체의 신용으로 연결돼 재단은 피렌체 시와 주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또한 피렌체의 문화를 형성하고 계승하는 구심점 역할도 수행 중이다. 재단의 회장 역시 외부에서 영입한다. 주교와 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7명의 선거인단이 회장을 선출한다. 회장의 임기는 기본 4년이며 원할 경우 재임도 가능하다. 현 프랑코 루께시 회장은 변호사 출신이다.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재단의 직원은 110명으로, 복원 업무 담당자가 15명, 감시·관리자가 50여 명이다.
성당 관리 및 운영비는 조토의 종탑과 세례당 입장료에 의존한다. 연간 130만명의 방문객이 내는 입장료는 1500만 유로. 이 수입원으로 성당을 보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루께시 회장은 말했다.
그럼에도 재단은 최근 성당 운영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년 전부터 마케팅을 시작한 것이다. 700여 년 간 성당을 운영하면서 경영방식이 뒤쳐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유럽 관광객들이 줄어들고 한국·미국·중국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파악, 미국과 동양 관광객들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루케시 회장은 “동양 문화권 관광객들이 예쁜 모습만 보고 간다면 다시 두오모를 찾지 않을 것”이라며, 서양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한국과 중국 대학교와 접촉해 두오모 성당과 관련된 마스터 과정을 개설하거나 인턴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앱을 만들어 두오모 성당을 홍보하고 새로운 뮤지엄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도 돌입했다.
루께시 회장은 “현재 피렌체에는 72개의 뮤지엄이 있어 이제는 마케팅 없이는 두오모 성당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세운 전략들이 두오모 성당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프랑코 루께시 재단 회장 "관광수요 목적 역사문화유적 관리 도시 자산 늘리고 일자리도 창출"
-문화유적을 지자체가 아닌 민간 재단에서 700년 이상 관리해온 배경은.
“피렌체 정부는 우리 단체를 매우 신용하고 있다. 기관의 탄생부터 시작해왔기 때문에 많은 노하우와 경험을 가지고 있다. 행정에 관한 업무, 일의 진행에 있어 자치적인 결정, 직원들에 대한 경영, 이 모든 것을 독립기관으로서 운영한다. 성당에 관련된 보수와 관련된 모든 분석을 정부나 시민들이 아닌 우리가 직접 빠르게 판단한다.”
-지자체와 시민 등과 문화유적 보존활용을 위한 어떤 협력 관계를 갖고 있나
“두오모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아야할 단지 피렌체 정부만의 유물이 아니다. 우리와 정부와의 관계는 오직 도시에 관한 프로모션과 서비스에만 국한되어 있다. 우리단체에서는 두오모에 깃들여져 있는 독자성을 느끼기 위한 자체 이벤트를 기획하고 천주교구, 교주나 신부님들과의 연합으로 몇 개의 이벤트들을 주관하고 있다.”
-피렌체는 문화유적뿐 아니라 수많은 예술가와 과학자, 문화 기부자들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인물들을 활용한 도시 마케팅 기법이 진행되고 있는가.
“예술가들, 과학자들, 문화와 관련된 사람들은 도시에 커다란 마크를 남겼다. 그 마크는 그 사람들이 피렌체에 살았기 때문에 남겨진 마크다. 미켈란젤로나 도나텔로, 레오나르도, 브루넬레스키 등 거대 작가들이 남겨놓은 스토리는 피렌체를 걸으며, 살아가는 모든 것을 다 담아낸다. 피렌체는 이런 예술가들이 만들어 놓은 하나의 예술도시이며 그 자체가 마케팅이다.”
- 역사문화유적을 관리함에 있어 가장 큰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전통을 보존하여 문화를 지켜나가는 것은 경제와 중요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작품 하나에 깊은 의미를 찾아 보존해 나간다면 훨씬 뛰어난 상승효과를 미칠 것이다. 관광객들에게 호기심, 매력, 관심을 생성하기 위한 관광수요의 목적을 위해 보존하고 지켜낸다면 그것은 도시의 자산을 풍부하게 하며 더불어 많은 일자리도 생성시킬 것이다. 나아가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며 지역민들의 단합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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