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오페라축제 주무대…100년 넘게 '감동의 울림' 이어져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로나는 중세적 매력을 갖춘 도시다. 인구 26만명의 이 도시는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도시구조와 건축 면에서 이전 시대 최고의 예술적 요소들을 통합하여 2000년에 걸쳐 꾸준히 발전해왔다. 유네스코는 유럽 역사의 여러 중요한 시기를 거치면서 발달한 요새 도시의 개념을 독특하게 표현하고, 고대·중세·르네상스 시대의 수많은 기념물을 보존하고 있는 군사 요새의 뛰어난 사례로 베로나의 세계문화유산 지정 배경을 밝혔다.
베로나가 이탈리아에서 손가락으로 꼽히는 관광지가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구 시가지와 아레나 원형극장과 같은 귀중한 기념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점, 북쪽 도시에서(특히 독일) 베네치아로 갈 경우 반드시 들려가는 지정학적 위치(밀라노와 베네치아의 중간지점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로미오와 줄리엣 도시로 세계에 알려지게 된 점, 그리고 원형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축제의 명성 때문이다.
베로나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아레나(Arena)의 원형극장이다. 2000년 전에 지어진 아레나 원형극장은 군사도시답게 본래 검투사들과 관련이 있었다.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40년 먼저 지어졌다. 검투사나 맹수가 흘린 피로 바닥이 붉게 물들고 냄새가 나면 새로운 모래를 깔았다. 그래서 라틴어로 ‘모래’라는 뜻인 아레나는 모래를 깔아놓은 경기장의 의미도 담고 있다. 현재 이곳은 다양한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베로나 오페라 축제의 주 무대가 바로 이 원형극장이다.
아레나는 초기 검투사들의 공연(show)으로 주로 맹수와 사람의 대결, 즉 표범과 사람의 결투 등이 벌어졌다. 하지만 로마 제국의 멸망 후 다른 유럽에 있는 많은 로마 원형경기장들과는 다른 운명을 겪었다. 도시의 새로운 건물을 위한 채석장으로, 혹은 법을 실행하는 장소로, 귀족들의 파티 장소 혹은 개인 및 공공의 상업적인 활동의 장소로, 스포츠 경기장으로, 영화 촬영장소나 정치 혹은 종교적인 장소 등으로 사용됐다. 시대 상황에 따라 활용도는 달랐으나 원형극장은 항상 그 모습을 유지했으며, 보수를 통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 활용됐다.
아레나 원형극장은 현재 지붕이 없고 외벽이 손상된 상태다. 그럼에도 거의 모든 좌석에 음향이 완벽하게 전달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 오페라 극장들이 효과적인 음향 전달을 위해 많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무대·좌석·기둥·타일 등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고려했다. 아레나를 관리하고 있는 아레나 재단의 보존 기술자인 세로지오 메논 씨는 “경기장이지만 역사유물 자체로 보면 뮤지엄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뮤지엄으로 본다”고 말했다.
△1913년부터 100년 넘게 오페라페스티벌
베로나의 원형극장이 오늘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데는 오페라 페스티벌이 자리하고 있다. 1913년 공식적인 전통 오페라 첫 공연 이후 102년동안 93회의 페스티벌을 열었다. 1913년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오페라 축제에서 최초로 무대에 오른 작품도 베르디의 ‘아이다’였다. 고고학자이자 큐레이터팅을 하고 있는 마르헤리타 볼라 박사는 “우리의 국제적인 오페라 페스티벌로 우리들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자랑스럽게도 매년 우리의 문화 예술성을 세계적으로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며, “한 세기 이상 이어진 공연을 통해 오페라 페스티벌은 오페라를 대중적 문화로 확산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자부했다.
실제 매년 6월~8월 열리는 베로나 오페라축제는 이탈리아 대중들뿐 아니라 비평가들, 많은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지휘자 및 국제적으로 명성 높은 작곡가들이 무대에 서는 것을 영광으로 여길 만큼 무대에 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1947년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폰키엘리의 오페라 모나리자(조콘다)를 아레나 원형극장에서 부른 것 외에도 많은 국제적인 예술가들이 이 무대에 올랐다. 아레나 재단은 2차 세계대전 후 1975년 새롭게 재건한 근처의 시립 극장인 필하모니 극장과 함께 심포니·발레·오페라로 영역으로 확장했다. 이 시점에서 오케스트라·합창단과 발레로 구성된 예술단지가 설립됐다. 현재 원형극장에서 축제 기간 50회에 이르는 공연, 필하모니 극장에서 70개가 넘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으며, 그 외 이탈리아에서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공연과 해외 순회공연을 통해 아레나와 이탈리아 문화예술적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볼라 박사는 “원형극장의 진짜 매력은 단순한 공연을 위한 장소가 아닌 아름다운 로마식 원형극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배가 된다”며, “ 매 공연의 시작 전 우리들은 촛불을 켜고 감성적인 기분에서 공연을 맞으며 참되고 진실한 공연 중의 공연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둔다”고 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도 시사점 던져
재단이 관리하는 아레나의 소유권은 정부가 갖고 있다. 아레나는 극장 운영을 하면서 수입(입장료)이 생기지만 정부가 그 가운데 일부를 가져가고, 일부는 재단에 준다. 아레나 재단은 주로 보존하는 데 이 돈을 쓰고 있다. 재단에는 15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보존업무를 하는 그룹 외에 고고학자·인테리어 디자이너 등과 하나의 그룹을 형성해 사업을 펼친다.
“재단이 우선시하는 목표는 예술적인 유산을 통해 대중들과 가까워지고 대중들에게 음악에 대한 의식을 확산하고 보급하는 것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오페라와 전통 클래식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교육적인 취지로 몇 년 전부터 학교와 연계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그들을 위한 프로모션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
볼라 박사는 “역사유적의 보존은 유물을 미래로 전송하는 일이다. 도시의 기념비적인 유산을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관광 활용을 보증해주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며, “우리들의 철학적 가치는 역사적인 기억과 그것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며 보존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전북의 대표적 음악축제인 전주세계소리축제와는 여건이 다르지만, 베로나 오페라페스티벌이 주는 시사점도 많다. 지역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는 점, 극장을 특화시킨 점, 축제 기간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점, 1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국내외 순회공연을 통해 축제와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는 점 등이 그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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