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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이기 사퇴와 비공개 퇴임식

▲ 문민주 정치부 기자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사퇴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최 이사장은 27일 오전 보건복지부에 사의를 표명했고, 오후 3시 전주 국민연금공단에서 비공개 퇴임식을 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운영 실태 점검 계획 등으로 자진 사퇴 압박을 가했던 복지부는 이날 최 이사장의 사직서를 즉각 수리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비공개 퇴임식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최 이사장 본인이 비공개하길 원했고, 하고 싶은 말은 보도자료를 통해 갈음했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권력의 힘 앞에 굴복했지만,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지켰다. 자신의 사퇴를 촉발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불가 결정에 대해 그는 “국민연금 기금이사에 대한 비연임 결정 행위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이사장에게 부여된 고유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홍 본부장의 비연임을 결정하고) 새로운 기금이사를 선임하려고 했던 중요한 사유는 생명과도 같은 국민의 미래 자산을 조금이라도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공사화에 찬성했던 홍 본부장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국민의 미래 자산을 맡기기 어려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 이사장은 현 정부의 국정 기조인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임기 7개월을 남겨 놓고 무대 뒤편으로 퇴장하게 됐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미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끝까지 고심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금의 주인인 국민의 입장이나 바람은 배제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춰 서둘러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관점에서 열린 자세로 기금운용본부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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