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물 디자인은 글자 그대로 공공시설을 위한 디자인으로 특정한 대상이 없이 모든 대중을 위한 공공시설의 디자인으로 디자인분야 중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우선 사용대상의 연령이나 생활수준 교육수준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이들의 다양한 요구가 반영되어야 하고 사용대상간의 정확한 정보 교환과 소통이 가능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공공시설물에 대한 중요성이 떨어져 값싸게 제작되어 쉽게 파손되고 수명이 짧아 자주 거리의 흉물이 되어 방치되곤 한다. 이제는 우리도 공공시설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바른 대응을 해야 할 시점이다.
△전통형상 시설물 중첩
전통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도시들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잘못된 현상이 공공시설물에 전통의 형상을 입히는 것이다. 이미 전통의 문화도시라는 설정에서 문화적인 요소들이 도시 전반에 깔려있는 상황에서 공공시설물까지 같은 스타일을 입힐 경우 복잡한 도시이미지를 만들 우려가 있다. 개인적으로 전주나 인근 도시에 설치된 기와를 올린 버스정류장이나 택시정류장 등은 시급히 제거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미 오랜 역사의 도시로 복잡한 경관을 가지고 있는 도시환경 속에서 기와올린 전통형상의 공공시설물들은 도시를 아름답게 하기 보다는 복잡하고 지저분한 이미지를 갖게 할 우려가 있다. 물론 한적하고 여유가 있는 공간이라면 다를 수 있다. 복잡한 도심 한복판의 정류장 같은 공공시설물은 가능한 단순하고 기다리는 승객을 위한 필요한 기능들이 갖춰지고 시야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물론 시설물을 멀리서도 인지 할 수 있는 표시는 필요하지만 전체 형태로서 부각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오래 살던 집을 새롭게 정리하는 방법은 오랫동안 쓰지 않는 것들을 처분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의 도시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도시디자인을 위해서는 계속되는 볼거리의 추가 보다는 기존의 것들에서 쓸모없는 것들을 제거하고 가능한 단순하고 기능적인 것들로 대체하여 전통문화를 보존하면서 시설을 현대화 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능 우선하는 디자인
선진국의 경우 공공시설물은 가장 비싼 제품 중에 하나로 분류된다. 특히 공공시설물이 자칫 도로위의 흉기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제작이나 설치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인해 거의 모습을 감춘 공중전화기 디자인 중에서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 충격에도 쉽게 파손되지 않도록 강철소재로 몸체가 이루어졌다. 특수강화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수화기는 몸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강철와이어 수준의 코드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전화를 걸 수 있는 키보드는 방탄수준의 부품을 채택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시판되는 전화기 중에 가장 고가 제품이 공중전화기인 셈이다. 수화기가 몸체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이유는 분실이나 파손의 우려보다는 분리되었을 때 쉽게 흉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공중전화기가 고장나는 경우가 드물었고 위급한 상황에서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 할 수 있었다. 반면에 우리의 공중전화기를 돌아보면 조금 과장을 한다면 거의 50%는 고장나고 파손되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정작 필요한 위급상황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공공시설물은 위급시를 대비하여 개발이 되어야 하는 제품으로 형상보다는 기능 위주의 제품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 거리의 흉물이 공공시설물로 부터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공공시설디자인 투자 확대해야
우리대학 산업디자인학과에도 3학년 과정 중에 공공시설물디자인이라는 과목이 개설되어 중요한 과정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다른 제품들에 비해 고려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보니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공공디자인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디자인으로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늘 예산이 부족해 열악하게 설치된다는 빈약한 변명을 듣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면 설치를 자제해야 한다. 시설물들이 오히려 거리의 위험요소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로의 미관을 해치는 흉물들의 대부분이 조악한 디자인의 공공시설물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주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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