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은 양력 11월 7일경으로 24절기 가운데 열아홉 번째 절기다. 상강과 소설 사이에 들어 있으며 우주 태양의 황경(黃經)이 225°일 때다.
이날은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다. 또 한겨울 기운이 일어선다는 뜻으로 동양에서는 앞으로 3개월여 동안을 겨울철이라고 한다. 하루해가 갈수록 짧아지는 것이 확연하다. 잎이 떨어지고 가을꽃들도 시들해지는 것이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다.
세시기에 따르면 입동 입기 일로부터 소설 절기까지 15일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었다. 초 후에는 비로소 물이 얼기 시작하고, 중 후에는 처음으로 땅이 얼기 시작하며, 말 후에는 꿩은 드물어지고 조개가 잡힌다고 하였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궁중의 양로(養老)풍속이 민간에서도 행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옛날에는 입동을 즈음하여 농가에서는 고사를 많이 지냈다. 음력 10월 10일에서 30일 사이에 날을 받아 햇곡식으로 제물을 장만하여 곳간과 마루, 외양간에 고사를 지냈다. 고사를 지낸 음식은 농사철에 일을 많이 한 소에게 주고, 이웃 간에 나누어 먹었다.
옛 천문학에 따르면 <회남자(淮南子)> 제 3 권 <천문훈(天文訓)> 에는 추분이 지나고 46일 후면 입동이다. 이때는 초목이 거의 다 죽는다고 했다. 낙엽이 지는 것은 겨울을 지내는 동안 영양분의 소모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자연의 이치가 숨어있다고 하였다. 입동 즈음에는 사람들이 겨울 채비를 하기 시작하고, 동면하는 동물들은 땅속에 굴을 파고 숨었다. 그리고 산과 들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은 말라간다. 천문훈(天文訓)> 회남자(淮南子)>
△경로사상 고양하는 미풍양속
입동에는 경로사상을 고양하는 치계미(雉鷄米) 라는 미풍양속도 있었다. 여러 지역의 향약(鄕約)에 전하는 바에 따르면 계절별로 마을에서 자발적인 양노 잔치를 벌였는데, 특히 입동·동지·제석(除夕) 날에 일정한 나이 이상의 노인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했다. 이때 봄·가을 경로잔치를 벌일 때 갹출하는 쌀을 치계미라고 하는데 치계미로 잔치를 하였다. 본래 치게미란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으로 받은 뇌물을 뜻하는데,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려는 데서 기인한 풍속이다.
이제 날씨도 추워져 가는데 홀몸노인이나 가난한 이웃들이 겨울나기가 걱정이다. 경로사상이 희박해져 가는 현실에서 어려운 자들에게 나눔의 인정을 베풀 치계미 같은 입동의 아름다운 풍속들이 되살아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김장 적기…가사일 분주
입동 무렵에는 특히 김장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입동이 지나면 배추가 얼어붙고, 일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입동 전 후 5일을 적기라 했다. 옛날에는 이 무렵이면 냇가에서 무 배추를 씻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기도 했단다. 이때를 놓치면 상큼한 김치 맛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입동을 즈음하여 점치는 풍속이 여러 지역에 전해오는데, 이를 입동 보기라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속담으로 “입동 전 가위 보리”라는 말이 있다. 입춘 때와 달리 입동 전에 보리의 잎이 가위처럼 두 개가 나야 그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속신을 믿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들판에서 겨우내 소에게 먹일 볏짚을 모았다. 볏짚은 농가의 큰 일꾼이자 재산인 소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먹이었다.
옛날 농기계는 재래식으로 더디기만 했다. 그때 만약 소가 없었다면 어떻게 그 많은 논·밭갈이를 했을까? 소는 농사일뿐만 아니라 짐을 나르는 이동수단으로 쓰이고 나중에는 식용으로 쓰이는 사람에게 아주 유익한 재산 목록인 셈이다.
입동의 절기는 일 년 동안 고되게 일하던 농부들의 일손이 덜 바쁜 시기를 맞았다. 겨울 동안 쉬면서 다음 해의 영농설계를 하며 풍작을 구상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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