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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법원, 시위대 물대포로 실명케 한 경찰 위법 판결

"위법자 개별 체포는 합법이나 집회 자체 강제해산은 위법" /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 권리는 폭넓고 강하게 보호돼야

독일 법원은 18일(현지시간)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액 등을 무차별적으로 사용, 시위를 강제 해산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 행정법원은 2010년 주도인 슈투트가르트 중앙역 지하화 공사 반대 시위 때의 경찰 진압을 문제 삼은 소송과 관련, 이날 이같이 판결했다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당시 주와 시 정부는 교통난 완화와 유럽 횡단 노선 단축 등을 내세워 41억 유로를 들여 중앙역을 지하화하는 '슈투트가르트 21세기' 사업을 추진했으나 돈 낭비와 환경파괴라는 반대론에 부닥쳤다.

 특히 그해 9월 30일 5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대는 역 주변 유서 깊은 공원의 나무를 없애려는 공사를 방해하고 나섰다.

 이때 시위가 격화하자 경찰은 해산명령을 내리고 물대포, 최루액, 곤봉 등을 사용해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물대포를 얼굴에 맞고 쓰러진 노인 한 명이 사실상 실명하는 등 16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피해자 7명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 이날 법원은 "당시 집회는 기본법(독일의 헌법)으로 보장되는 것이었으며, 따라서 시위대의 권리가 폭넓고 강하게 보호돼야 했다"면서 여기엔 집회뿐 아니라 나무 제거작업을 막는 행위까지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만약 시위대 일부가 불법행위를 했다면 경찰은 개개의 행위자를 추적·체포·구금할 수 있지만 시위 자체를 해산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눈에 보이는 확실한 위험'이 없는데도 경찰이 물대포 등으로 위협하며 해산을 종용하고 '직접적 강제력'까지 사용한 것은 과도한 행동이며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당시 부상자 디트리히 바그너(70) 씨를 비롯한 원고들은 정부로부터 피해배상과 위자료를 받을 길이 열리게 됐다.

 그러나 이는 행정법원이 아닌 지방법원에 손해배상 등 청구 민사소송을 다시 제기해야 진행된다.

 이날 판결이 나자 바그너 씨는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주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녹색당 소속 빈프리트 크레취만 주총리는 판결에 대해 '정의로운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사회민주당 소속 라인홀트 갈 주내무장관은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시민이 부상한 것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독일 언론이 '검은 목요일'이라고 불리는 2010년 사건 당시 슈테판 마푸스 주총리가 이끈 주정부는 기독교민주당과 자유민주당 연립정권이었다.

 엔지니어 출신 연금생활자인 바그너 씨는 당시 시위 중 물대포에 얼굴을 맞고 뒤로 쓰러졌으며, 눈 주변 살이 찢어지고 안구를 다쳐 거의 앞을 못 보는 실명상태가 됐다.

 바그너 씨가 당시 얼굴에 피를 흘리며 다른 시위자 2명의 부축을 받는 모습이 사진과 영상으로 보도되자 독일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영국 런던시가 독일제 중고 물대포를 구입, 사용하려는 것에 반대하는 런던 집회에 참석, "생각보다 매우 위험한 장비이자 민주주의를 해치는 것"이 라며 "영국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부 장관은 기계가 노후하고 폭동진압 효과가 의심되는 반면 여러 위험성이 있다며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영국에선 구교도와 신교도간 무장 유혈충돌 등 극심한 분쟁을 겪은 북아일랜드 지역을 제외하고는 물대포 사용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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