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맹위를 떨친 한파로 몸과 마음이 잔뜩 움츠러들었지만 그래도 가슴 따뜻한 설 명절이 눈앞이다.
친척·친지들과의 화기애애한 만남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명절 분위기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스트레스도 있다.
명절 연휴 계획을 특별히 세우지 않았다면 가족·친지들과 당일로 다녀오는 겨울바다 나들이는 어떨까. 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진 변산반도 마실길에서 스트레스를 훌훌 날리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와 감성을 충전해보자.
△산·들·바다 가로지르는 마실길
전북 부안은 산과 들, 바다의 매력이 어우러져 있는 고장이다. 그런 부안을 그대로 담고 있는 ‘마실길’은, 마치 강아지 머리처럼 생긴 변산반도 해안을 따라 한 바퀴 휘감아 뻗어있다.
북쪽으로는 쌀 생산지로 유명한 계화도(제10코스)나 신재생에너지파크(제11코스) 등을 거치는 길도 있지만, 걸어서 마실길을 여행하는 경우라면 변산해수욕장이나 송포 인근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잘 알려져 있다.
마실길을 담당하고 있는 부안군청 김덕진 계장은 “도보 여행으로는 제2코스에서 출발해 제3코스를 지나 격포항에 이르는 길도 좋고, 격포에서 출발해 솔섬에 이르는 길(제4코스)도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총 길이가 약 18㎞가 된다. 바닷바람 맞으며 시나브로 걷기에 적절한 길이다.
‘노루목 상사화길’이라는 별칭이 달려 있는 제2코스는 부안군 변산면 송포갑문에서 출발, 고사포를 거쳐 성천마을에 이르는 약 6㎞ 길이의 코스다. 하지만 코스에 연연하지 않고 변산해수욕장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사랑의 낙조공원’ 팔각정에서 출발해도 충분히 걸어갈 수 있다.
변산해수욕장과 송포, 고사포를 지나면서, 해수욕장과 조그만 어항(漁港)을 번갈아 마주하게 된다. 각각의 해수욕장마다 모습이 제각각이어서, 지루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다.
간혹 살짝 등산(?)코스도 지난다. 이를테면, 사리(음력 1일·15일) 무렵에 바다가 갈라지고 길이 나타나는 하섬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제3코스)는 걸어 올라가려면 살짝 숨이 차는 높이의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다.
그대로 쭉 해변을 따라가면, 이번에는 ‘적벽강’이라고 불리는 기암괴석 지형을 만날 수 있다.
마치 미래도시의 한 부분을 보는 듯한 기묘한 주상절리와 함께, 동글동글 잘 깎여나간 돌개구멍과 몽돌들이 널려 있다. 화산지형 중 하나인 ‘페퍼라이트’는 기묘한 느낌을 한층 더해준다.
적벽강의 기묘함은 그대로 채석강(변산면 격포리)으로 이어진다. 단층 활동과 파도 침식 작용의 소산이다.
△ ‘종합선물세트’ 격포·솔섬
변산면 격포 지역은 그 자체로 완결된 ‘관광 종합선물세트’에 가깝다. 넓게 펼쳐진 해수욕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이는데, 백사장 바로 양 끝에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닭이봉 전망대를 넘어 격포항으로 가면 유람선을 탈 수도 있고, 혹은 낚싯배에 올라 시간을 낚아볼 수도 있다. 또 위도로 가는 여객선이 바로 격포항에서 출발한다.
시외버스 터미널도 바로 인근에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겨울 나들이를 즐기고 싶은 여행객에게는 최적이다. 특히 아침에 변산해수욕장이나 송포 인근에서 출발한 도보 여행객이라면, 격포지역에 도착할 즈음이면 정확하게 점심 무렵이 된다. 이곳에서 싱싱한 겨울 설숭어회로 배를 채우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마실길 제4코스로 접어들어, 계속해서 궁항을 지나 상록해수욕장의 전경에 감탄하며 걷다 보면, 소나무 몇 그루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조그만 섬이 눈에 들어온다.
자동차를 타고 전북학생해양수련원으로 들어가서도 볼 수 있는 이 섬의 이름은 솔섬이다. 해질녘이 특히 아름다운 섬으로, 구름 한 점 없이 좋은 날이면 소나무 가지와 태양이 절묘하게 어울려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문 것과도 같은 장면을 볼 수 있다. 사진가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은 곳임은 물론이다.
물론 일기예보를 잘 확인해야 한다. 구름이 많이 낀 날이라면 ‘여의주’의 형상은 볼 수 없다. 대신 구름의 양에 따라 용이 불을 뿜는 듯한 모양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다만 격포항에서 점심을 먹고 곧바로 출발한 도보여행객이라면, 솔섬에 지나치게 이른 시각에 도착하게 되므로 해넘이 시간대를 맞추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마실길과 나란히 나 있는 해안도로를 타고 곰소나 내소사를 먼저 들렸다 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조롭지 않고 구불구불, 높낮이도 적당히 안배돼 있는 해안도로는 변산반도의 또 다른 매력이다.
△디테일에 숨은 매력 내소사
솔섬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남동쪽으로 모항과 곰소를 지나 달리다 보면, 왕포 인근에서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륙 방향으로 잠시 움직이면, 고찰 내소사에 닿을 수 있다. 633년(백제 무왕 34년)에 창건된 내소사는 능가산(또는 관음봉)이라고 불리는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절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일주문부터 천왕문 앞 다리까지 쭉 이어지는 전나무 숲이 특히 인상적이다. 눈 내린 겨울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바닥에 깔린 흰 눈과 수직으로 뻗은 목질, 그리고 상층부를 장식하는 푸른 잎새, 그리고 그 길을 거니는 사람들까지, 무엇 하나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다고 이곳이 겨울에만 매력적인 것은 또 아니다. 천왕문 바로 앞에는 단풍나무로 이뤄진 터널이 100여 미터 뻗어 있는데, 가을철에 찾으면 울긋불긋 환상적인 경치를 맛볼 수 있다.
내소사는 규모로 보면 큰 절은 아니다. 천왕문을 넘고 봉래루를 지나면 대웅보전이 바로 코앞이다. 웅장한 멋보다는 소소한 디테일이 아름답다.
이를테면 대웅보전의 문에 붙어 있는 꽃 모양 조각은 수수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멋이 느껴진다. 울긋불긋한 단청 빛깔도 보이지 않는다. 나무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온 몸으로 드러내보이고 있다.
봉래루는 또 어떤가.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그대로 가져다 주춧돌로 삼은 것 하며, 역시 단청 빛깔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 수수함과 자연스러움에 문득,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 제멋대로 위로를 받을지도 모른다.
내소사 안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발산하는 것은 바로 수령이 천 년이라는, 일주문 바깥의 나무와 한 쌍을 이룬다는 느티나무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양 손이 가슴 앞으로 모아질 듯한 위엄이 드러난다.
● [새롭게 단장하는 변산해수욕장] 2018년까지 474억 투입…옛 명성 되찾는다
한때 전라북도 뿐 아니라 한반도 서해안을 대표하는 해수욕장 중 한 곳이었던 부안 변산해수욕장이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변산해수욕장은 고운 백사장,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언덕,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광이 수려할 뿐 아니라 수심과 수온도 적당해, 과거 ‘서해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말에 접어들면서, 낙후된 시설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1988년 변산반도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주변 개발이 막히면서, 숙박시설이나 편의시설이 관광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결정타’가 된 것은 바로 새만금 방조제였다. 지난 2006년 4월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난 이후, 매년 2.5㎝씩 모래가 깎여나가는 ‘세굴 현상’이 일어났다. 파도의 힘을 받아주던 갯벌을 방조제가 대신하면서, 방조제에 튕겨져 나온 파도의 힘이 주변을 깎아 들어간 것이다.
10만 명을 넘겼던 여름철 방문객이 2010년께에는 2만여명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결국 부안군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부안군은 2011년부터 오는 2018년까지 8년여에 걸쳐 변산해수욕장 주변 지역을 관광지로 다시 개발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총 474억여원이 투입되며, 해변공원과 오토캠핑장 및 휴양콘도, 연수원, 상가 및 숙박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016년 2월 현재, 변산해수욕장 주변에서는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 중이다. 부안군은 오는 9월까지 1단계 개발을 마무리하고, 12월에는 2단계 사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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