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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의 추억

지금은 폐교된 고창군 공음면 신왕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을 취재한 적이 있다. 2006년이었으니 꼭 10년 전의 일이다. 신왕초등학교는 전교생 10명인 ‘미니’학교이었다. 6학년생 여섯 명 아이들이 졸업하고 나면 네 명 아이들만 남는 이 학교는 그해 개교 30년의 역사를 거두었다. 그해 전라북도에서는 세 개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다.

 

신왕초는 80년대 초반부터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통폐합 대상으로 꼽혀왔다. 주민들이 ‘학교지키기’에 나서 간신히 명맥을 이어왔지만, 입학생의 맥이 끊기자 학교는 결국 폐교를 받아들이는 의견서를 교육청에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마음 빚을 안게 된’ 교사들은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남겨줄 것을 준비했다. 마지막 졸업식을 앞두고 발간된 ‘여시뫼봉의 얼이 담긴 신왕교육 30년’이었다.

 

학교가 개교한 70년대 중반, 아이들이 먼 거리를 걸어 다니지 않아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돼 행복해하던 마을 주민들과 30~40대 중년이 된 졸업생들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담은 빛바랜 흑백사진부터 그동안의 632명 졸업생 명단까지 학교와 마을의 크고 작은 역사를 촘촘하게 엮어낸 책. 아이들이 성장해서도 어릴 적 꿈을 가꾸었던 초등학교 역사를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랐던 교사들의 선물이었다.

 

아이들은 두개 교실로 나뉘어 수업을 받았다. 학생 수가 줄어든 이후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수업 환경이었지만, 같은 학년이 없어 6학년 누나 형들과 함께 공부해야했던 4학년 득주나, 같은 교실에서 공부한 2·3학년생 아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위하는 법을 배웠다.

 

그해 개교 30년 역사를 접는 농촌 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장은 눈물바다였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비록 신왕은 없어지지만 초등학교 시절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간직하고, 늘 세상을 도와가면서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골의 초등학교는 단순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의 역할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신왕초등학교 역시 인근 6~7개 마을의 공동체 문화를 이끌어가는 공간이자 마을 사람들의 연대감을 이어주는 끈이었다. 농촌의 아름다웠던 초등학교가 이름을 잃은 지 10년, 농촌의 위기는 학교의 위기와 여전히 맞닿아 있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올해도 여섯 개 초등학교의 신입생이 없다. 다행히 이전과 달리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하지 않으니 학교가 문 닫게 될 위험은 없지만 학생 수가 줄어가는 농촌 현실을 지켜보는 일은 안타깝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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