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새 30여 곳 문 열었지만 상당수 문 닫아 / 작품 판매·대관 수익 '미미'…작가 발굴도 힘들어
지난 2013년에만 전주를 중심으로 10곳이 넘는 독립전시공간이 새로 생겼다. 이후 3년여 동안 모두 30여 곳이 문을 열었다. 그동안 전시 공간 부족 문제를 겪어왔던 지역 미술계에서 갤러리의 잇단 개관은 희소식이다.
하지만 현재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시장은 10곳도 채 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반은 이미 1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곳들이다. 독립전시공간은 감소하는 반면, 갤러리와 카페 등을 접목한 복합문화공간이 생겨났다.
갤러리는 지역 미술계의 최전선에서 작가와 관람객을 잇고 지역 미술문화를 선도하는 곳이다. 그러나 갤러리의 단명은 지역미술계에 그늘이다. 특히 폐관의 주된 이유가 미술시장 침체와 맞물린 재정난이라는 점에서 지역미술시장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지역 미술시장의 현황을 보여주는 전북지역 전시공간의 변화를 살피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최근 3년간 전북 지역은 독립전시공간이 30여 곳 문을 열었다. 특히 2013년 한해에만 전북대진흥관, 얼갤러리, 갤러리 미루, 인드라망 아트컴퍼니, 서학아트 스페이스, 갤러리 누벨백. 전주미술관, 서학동사진관, 갤러리 숨, 갤러리 정, 예인갤러리 등 10여 곳이 개관했다.
전국적으로 미술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간이 급증한 데에는 지역문화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산업을 장려해 온 자치단체의 장려정책이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미술인들에 따르면 전주지역이 문화융성 관련 국가 공모 사업에 잇따라 선정되고, 전주한옥마을을 중심으로 방문객과 각종 문화예술행사가 증가함에 따라 문화융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전시장들이 생겨났다. 또한 오랜 기간 지역 미술계에 몸담아왔던 이들이 전시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사회 공헌 차원에서 직접 개관한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
하지만 갤러리 미루, 갤러리 목화. 얼 갤러리, 전북대 진흥관 등이 잇따라 폐관했으며 일부 전시 공간은 휴관하거나 명맥만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전주시내에서 꾸준히 전시를 여는 독립 전시장은 10곳이 되지 않는다.
전시장들이 문을 닫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재정난이다. 지역 미술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연계된 문제다. 또한 공간 운영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비영리기관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전시를 하는 미술관과 달리 갤러리는 작품 판매와 대관 등으로 운영수익을 내야하는 상업적 공간이며, 미술품을 구매·향유할 수요계층과 작품성 있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미술시장에 나올 때 바람직한 수익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지역미술시장은 수요계층이 한정적이다 보니 작품 구매력이 낮아 갤러리의 수입이 적고, 자연히 지역예술에 대한 투자도 낮다. 이에 따라 작가들이 대중에게 작품을 선보일 무대는 줄어들고 작품 구매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시장 규모가 더욱 축소되는 것이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미술작품은 생활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으로 인식되다 보니 꾸준한 수요 계층이 없다”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품수집가(콜렉터) 역시 고정적이지 않고 작품판매 대부분을 인맥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실상 부재하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갤러리 관계자는 “문화예술도 결국 이익창출이 없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버틸 수가 없다”며 열악한 지역 미술 시장 상황을 지적했다.
공간 운영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문화적 환원 또는 개인적 관심으로 공간을 마련했지만 실제 운영해보면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갤러리가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고유한 기획성과 정체성이 있어야 하는데 의욕이 앞서 뛰어든 경우에는 이러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작품성 있는 다양한 작가군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신선한 전시를 선보이고자 하지만 전시를 열만한 역량을 가진 작가들이 한정적이고, 새로운 작가 발굴이 힘들다는 의견이다.
한 지역 작가는 “전시 공간은 지역의 작가와 컬렉터, 대중들을 한 데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인데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며, “동시다발적으로 전시장이 생기고 문을 닫기도 드문 일이다. 지금 있는 공간마저 사라질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갤러리 투어를 즐겨한다는 한 시민은 “지난번에 한 갤러리에서 전시를 봤는데 무척 좋아서 다시 방문했더니 문을 닫았다”며, “문화체험, 행사 등은 많지만 순수하게 지역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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