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문화예술단체가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메세나(mecenat)’에 주목하지만 이를 활성화할 대책이 없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메세나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기업의 후원활동을 일컫는 단어로, 기업이 예술단체와 결연을 맺어 후원금이나 연습장소 등을 제공하면 예술단체는 기업에게 문화체험 기회를 주는 등 적극적인 교류가 핵심이다.
올 해 전북도의 문화예술 지원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축소되자 도내 예술계에서도 ‘메세나’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북예총과 산하 단체의 행사를 지원하는 ‘문화예술단체 사업 지원 예산’이 10억에서 5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된데 대한 자구책이다.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이 3선에 성공한 후 “예총이 예술인과 문화수요자, 기업을 조화롭게 엮는 일을 할 계획이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메세나 강화’는 예총 수장들의 단골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내 현실은 참담한 수준이다. 지난 1994년 한국메세나협회(이하 한메협)가 창립됐지만 235개 회원사 중 도내에 본사를 둔 기업은 2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우진건설’ 한 곳뿐이다.
또한 한메협에 따르면 기업이 예술단체에 지원한 금액에 비례해 펀드로 추가 자금을 지급하는 ‘매칭펀드’ 사업의 경우 지난해 총 93건의 결연사례 중 혜택을 받은 도내 예술단체는 단 4곳이다. 그나마 이들을 지원한 4개 기업(세중산업(김제)·건흥레미콘(군산)·태용(전주)·야후건기(경기))에는 외지 기업도 포함돼 있다. 서울(39개)·경기(24개) 등 수도권 소재 기업이 열띤 참여율을 보인 것과 대비됐다.
전문가들은 도내 메세나 활동이 저조한 이유로 지역기업의 참여를 독려할 유인책이나 주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동진 경남메세나협회 전무는 “지역에서 메세나가 활발해지려면 기업의 의지, 이를 뒷받침하고 마중물 역할을 할 자치단체, 그리고 이 둘을 아우를 수 있는 구심점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경남은 메세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경남메세나협회(이하 경메협)에는 현재 지역기업 217곳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출범 초기 10여개 수준이던 결연단체는 100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도내에는 이처럼 지역 메세나 운동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기관이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2003년 전북메세나협회가 창립됐지만 명맥을 잇지 못했고, 2014년에는 전주문화재단이 전주메세나협회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가시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 전무는 “초기에는 기업의 이미지 제고나 대외 홍보라는 현실적인 동기로 메세나를 시작할지라도 나중에는 CEO가 지역의 예술문화 부흥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메세나 운동을 이끌 비영리 재단이나 협회 같은 전문기관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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