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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예술법인·단체 지정제' 유명무실…공모사업 신청 가점 수단으로 전락

전북 25곳 지정…기부금 모집·세제 혜택 등 / 제도 이해 미흡, 실제 재정자립기여도 미미

예술계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도입된 ‘전문예술법인·단체 지정제’가 취지를 잃고 유명무실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예술단체에 각종 세제혜택을 주고 기부금 모집의 기회를 넓히는 등 간접지원을 위한 제도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중앙이나 자치단체의 공모사업에 가점을 받기 위한 용도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문화예술진흥법이 개정되며 마련된 전문예술법인·단체 지정 제도는 기부금·후원금 등을 통해 예술단체가 운영재원을 자력으로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됐다.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되면 ‘소득세법’ ‘법인세법’에 의해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돼 기부한 개인·법인이 일정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특히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적용을 받지 않아 사전에 모집 목적·목표액·방법·사용기한 등을 등록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기부금 모집 활동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기부 활동 진흥책에도 전북지역 대다수 지정 법인·단체의 활용도가 떨어져 지정제가 공공지원금·공모사업을 위한 ‘자격증’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도내 전문예술법인·단체는 총 25개로 전북도는 해마다 지정신청을 받아 숫자를 늘리고 있지만 기부 활성화를 통한 실제 재정자립 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하는 ‘2010~2015 전문예술법인·단체 백서’에 따르면 2009년에서 2014년까지 도내 전문예술법인·단체 숫자는 16개에서 19개로, 총수입도 48억5354만원에서 118억1186만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총 수입액 중 기부·후원금 비중은 13.6%(6억5900만원)에서 3.8%(4억4560만원)로 10%p 가량 감소했다.

 

경기침체로 기부활동이 저조해진 탓도 있지만 제도에 대한 단체의 이해나 활용 의지·역량이 떨어지는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주지역 A전문예술법인 기획팀장은 “기부금 모집에 대한 혜택이 주어진 것 정도는 알지만 별도로 해본 적은 없다”며 “기부금 혜택은 하나의 기회일 뿐, 공모사업에 신청하기 유리한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B전문예술법인 사업단장은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되면 아무래도 문광부의 공모사업이나 전문예술법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여러 사업, 행사에 참여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따로 인력을 둬 전문적인 모집활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사후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연구실 허은영 연구원은 “단순히 세제 혜택을 주고 지원제도를 바꾼다고 예술단체가 효과를 체감하는 건 결코 아니다”며 “지방의 영세한 전문예술법인단체가 기부금 모집을 위한 전담 인력이나 마케팅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는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술단체 기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종합적인 요소가 있지만, 자치단체가 전문예술법인단체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이나 기부금 공개모집 전담 인력 양성을 함께 지원하는 관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전문예술법인·단체 연도별 신규·재지정 건수는 2011년 9건, 2012년 11건, 2013년 1건, 2014년 1건, 2015년 3건 등으로 2013년 도 조례가 개정돼 지정 유효기간이 2년에서 무기한으로 바뀌었지만 예술단체의 관심은 높아지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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