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정치권을 보면 권력 투쟁과 이전투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동지와 적의 구분도 없다.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난장판이다.
정치의 새로운 모습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필리버스터를 끝으로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갔다. 다른 법안과 연계하여 선거구 획정을 미루고 몇 달 동안 초법적인 상황을 만든 장본인인 새누리당의 전술에 말려 테러방지법 등 독소조항이 있는 법안들을 통과시켜 주고 말았다. 선거 일정과 선거구 획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집안싸움으로 바람잘 날 없었던 야당의 의회 대응 전략 부재 탓이 크다.
지난해부터 수개월 동안 정치권의 상황을 보면 아무리 정당이 권력획득을 목적으로 한 결사체라 하더라도 상식 수준에서 이해될 수 없는 일들이 반복되며 정치가 예측 가능하지 않고 노선과 정체성, 대의명분은 당의 영향력 확대에 묻힌 지 오래이다.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 및 총선에서의 승리가 모든 것에 앞선 목적이 되었다. 민주적 절차와 시스템의 중요성도 결국 도루묵이 되고 만 것이다.
하기야 5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스스로 자랑하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구원투수로 영입한 인물이 정체성도 다르고 야성은커녕 주로 양지를 쫓아다니며 야당의 경험이라고는 거의 전무한 사람인데 다른 것은 비할 바가 아니다. 전두환 군사정권에서 국보위 활동을 한 것은 물론이고 5·18 영령 앞에서 반성은커녕 소신이라 강변하고 3·1절에 위안부 할머니를 찾아가 한다는 소리는 할머니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몽니 한 번에 당의 모든 권한을 초법적으로 위임하는 것을 보면서 오직 생존을 위해 간도 쓸개도 다 내주고 처분만 바라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 혁신위의 숱한 토론과 결정들이 하루아침에 휴지가 되었다.
오랜 세월 정당 활동에 헌신한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낡은 사람으로 치부되었다. 관전자 입장에서도 어리둥절할 뿐이다. 본디 정치는 사람을 이롭게 하고 평안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작금의 정치는 사람은 온데 간데없고 오직 단기간의 이미지 제고와 정치적 승부수를 통해 닥친 선거에서만 승리하면 되는 꼴이다.
하기야 대통령마저도 지난 대선에서 주장했던 숱한 공약과 미사여구들을 당선 뒤에는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을 겪고 있는데 야당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싶다.
이제 선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정치신인들은 선거운동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경선과정에 가산점을 준다지만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 특히 인지도조사에 지나지 않는 여론조사를 반영하면 신인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현역의원들을 이기고 공천을 받기는 난망하다. 결국 유권자들이 표로서 무능한 의원들을 솎아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1차 컷오프를 보면 지난 시기 막말을 일삼고 물의를 일으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의원들은 대부분 건재하다. 힘없고 백없는 의원들이 칼바람을 맞았다.
물론 컷오프된 의원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의리도 없는 경우도 있고 나 홀로 하는 타입도 있다. 얼마 전에 전북의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정당 사상 보기 드물게 자신이 소속한 정당인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컷오프되자 바로 탈당했다. 묻지 마 컷오프는 투명하지도 않고 당사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과거의 예를 보아도 맞춤형 갈지자 이유와 잣대를 통해 반대파를 제거하거나 탈락의 명분으로 삼았다. 억울해도 항변의 기회도 없다. 각 당은 2주의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공천 절차를 끝내야 한다. 경선도 졸속으로 치러질 확률이 높다.
결국 무능한 현역의원에 대한 심판은 유권자의 몫이다. 정당들의 경쟁으로 선택권이 최소한 보장되는 선거에서 이번만큼은 제대로 평가하고 투표해야 한다. 현역이라 이름을 들어봤다거나 학연·혈연·지연 등에 얽매여 과거와 같은 투표 행위를 반복한다면 전북의 미래는 없다. 옥석을 가려 미래의 전북을 책임질 일꾼들을 골라내야 한다. 당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과 능력으로 선택해야 한다. 이제 전북 선거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과거와 다르게 유권자의 몫이 되었다. 제대로 선택하여 투표하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지는 주인 된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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