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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의 엔딩크레딧

엔딩크레딧(ending credit). 사전적 의미로는 영화의 끝부분에 제작 참여자임을 보장하는 이름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 근래에는 제작에 참여한 사람 뿐 아니라 제작 후원자와 단체, 기관까지 모두 이 엔딩크레딧에 소개되는 바람에 그 시간이 꽤 길어졌다. 주제음악이 흐르면서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은 그 자체로 영화에 대한 감흥과 감동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애호가들은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상영관 불이 켜지면 일어서는 것이 예의라고 말하지만 그 사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일어서는 관객들이 아직도 많다.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저예산독립영화 <귀향> 의 엔딩크레딧은 특별하다. 제작비를 후원한 시민 7만5270명의 이름이 모두 담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시간은 10분.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관객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한다.

 

<귀향> 은 조정래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지 14년 만에야 완성된 영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제작비.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은 없었다. 필요한 제작비 20억 원을 마련하는 일은 멀고도 고단했다. 감독은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귀향> 의 제작의도와 티저영상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올렸다. ‘배급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 영화를 유튜브에 올린다’는 조항까지 달고서였다.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ARS와 문자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7만5000여 명. <귀향> 은 지금까지의 영화중에서 가장 많은 후원자를 모은 영화가 됐다. 소액투자자들의 펀딩으로 모아진 제작비는 11억6122만원.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시민들이 모아줬으니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시민들의 힘으로 제작된 영화의 힘은 크다. 지난 9일 <귀향> 의 누적 관객 수는 280만 3458명이다. 저예산영화가 개봉한지 불과 보름 만에 300만 명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배급사와 개봉관을 찾지 못해 개봉조차 미뤄야했던 상황을 돌아보면 관객들의 행렬은 경이롭다. <귀향> 제작진은 애초 “이 영화가 기적처럼 극장에 걸려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면 수익금의 상당액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다. 거기에 조정래 감독의 소망은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20만 명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오시도록 영화가 20만 번 상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엔딩크레딧에 담긴 시민들의 힘이 이 소망을 이루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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