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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팔도유람] 경기도 평화누리길

4개 시·군 12개 코스 191㎞ / 북녘 땅 눈앞…멈춰선 철마 / DMZ 생태계 만날 수 있어 /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 8코스 파주 장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생태 보고 초평도. 사진제공=경기관광공사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때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닳고 닳은 수사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기에 복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것이고, 두 번째는 점점 비대해지는 도시문명 시대가 자연을 자연스레 두는 것을 사치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압축성장으로 도시화된 반도에서 원시자연을 찾기란 힘들다. DMZ 평화누리길이 한반도 숨길로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분단의 현실을 마주하며 철조망 너머 북녘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아픔의 땅이지만, 동족상잔의 역사가 제멋으로 자라난 들꽃의 향기와 그저 흘러가는 임진강의 무심한 물결에 침식 중인 곳이다.

 

지난 2010년 5월 개장한 평화누리길은 서부 DMZ 접경지역인 김포·고양·파주·연천 등 4개의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의 걷는 길이다. 12개 코스 191㎞로 구성된 이 길은 경기도의 다양한 역사 유적은 물론 마을 안길·논길·제방길·해안 철책·한강 하류·임진강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장·노년층에는 향수를,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겐 정전의 의미를 현실로 마주하는 곳이다.

 

매 코스는 15㎞ 내외로 구성돼 있어 각각의 완주를 위해선 4~5시간 정도의 강행군은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장시간의 통제로 이젠 귀중한 자원이 된 DMZ만의 독특한 생태계와 더불어 각각의 코스마다 펼쳐지는 경기 북부지역의 향취를 흠뻑 느끼기에는 오히려 모자란 시간이다.

 

△바다와 강이 합쳐지는 곳 김포(1~3코스)

▲ 1코스 김포 덕포진. 사진제공=경기관광공사

총연장 14㎞의 1코스는 문수산성과 덕포진 등 외세에 맞선 우리 근대사의 역사 유적이 해안을 따라 이어진 곳이다. 작은 포구와 항구가 해안의 요새와 어우러져 있으며 철책을 따라 조성된 길목 사이사이 마을들이 이어지고 아이들과 찾기 좋은 공원과 박물관도 있어 가족이 걷기 좋은 길이다. 대표 항구인 대명항에는 서해에서 잡힌 각종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곧바로 이어지는 2코스는 총 8㎞ 길이의 조강(祖江) 철책길로 김포에서 가장 높은 문수산을 거쳐 민통선 마을인 조강리를 지나 애기봉으로 연결된다. 북한과 가장 인접한 구간으로 민간인 통제구역이 곳곳에 있으며 북녘땅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문수산성 성곽길 능선에 올라 굽이치며 흐르는 조강의 경관이 으뜸이다.

 

김포의 마지막 코스는 한강 하류를 따라 이어진 17㎞의 철책길이다. 애기봉 입구에서 시작한 길은 후평리 철새도래지, 석탄 배수펌프장을 거쳐 전류리 포구로 이어진다. 철책 너머 한강이 흐르는 평화로운 구간이자, 분단의 아픔과 역사적 현실을 느낄 수 있다.

 

△역사와 미래가 만나는 고양(4~5코스)

 

고양시의 첫 번째 코스인 4코스는 왜구를 물리친 권율 장군의 혼이 서린 행주산성을 출발해 국내 최대 인공호수인 일산 호수공원으로 이어졌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찰로 구간 11㎞와 임시구간 10.1㎞로 구분된 4코스는 옛 나루터가 있던 행주대교 아래를 지나 도심 속 전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농로로 연결된다. 순찰로 구간은 사전 허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다.

 

이어진 5코스는 고양과 파주에 걸쳐 조성돼 총 13㎞ 길이로 일산 호수공원과 파주 출판도시를 연결한다. 가는 길에는 MICE 산업을 대표하는 킨텍스가 농촌과 어우러져 자리해 걷는 내내 시의 발전과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도시를 벗어나면 울창한 숲 사이로 난 흙길이 나타나는, 편안하고 걷기 좋은 길이다.

 

△문화와 삶이 소통하는 파주(6~9코스)

▲ 8코스 파주 화석정. 사진제공=경기관광공사

파주에 들어서면서 풍광도 달라진다. 도심 외곽을 연결하는 자유로를 따라 북녘땅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저만치 오두산 통일 전망대의 흰 자태가 눈에 띈다. 6코스는 총 10㎞ 길이로 현대 인쇄문화를 접할 수 있는 출판도시를 시작으로 인공 조성된 생태 습지, 통일 전망대 등을 지나는 길이다. 하구 습지는 겨울이면 멸종 위기의 재두루미 등 희귀 철새들이 날아드는 곳이다.

 

21㎞의 평화누리길 7코스는 헤이리 예술마을이 있는 성동사거리에서 시작해 반구정을 연결하는 길이다. 파주의 대표 문화공간을 넘어 이름난 데이트 코스로 거듭난 헤이리, 프랑스 소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프로방스 등 연인들의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8코스는 대표 안보관광지인 임진각과 평화누리, 황희 정승이 여생을 보낸 반구정, 생태 보고인 초평도를 조망할 수 있는 장산 전망대 등 역사와 문화,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코스다. 13㎞ 길이로 이어진 길에는 분단으로 멈춰선 철마가 있고, 실향민들에겐 마음의 고향인 임진각이 있다. 특히 8코스에는 자유 IC에서 임진나루로 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이 조성돼 있고 자전거도 대여할 수 있어 훼손되지 않은 풍광을 즐기기엔 그만이다.

 

뒤이어 율곡습지공원과 황포돛배를 잇는 17㎞ 길이의 9코스가 나타난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 위에 만들어진 산책로를 걸으며 선조들의 이야기와 임진강 황포돛배에 얽힌 한민족의 역사를 공유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탐방길이다. 율곡 이이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가을이면 수만 송이의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나부끼는 장관을 맛볼 수 있다.

 

△평화를 희망하는 땅, 연천(10~12코스)

▲ 12코스 연천 고대산. 사진제공=경기관광공사

한반도의 허리에 위치한 연천은 멀게는 삼국시대부터 한국전쟁까지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았던 최대 격전지이자 분단의 아픔을 눈앞의 현실로 직시하고 있는 땅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고요히 흐르는 한탄강이 있고 손상되지 않은 천연의 색깔이 있다. 연천의 첫 코스인 10번 길은 24㎞의 다소 긴 거리지만 임진강변을 따라 걷는 길인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황포돛배에서 숭의전지로 향하는 이 길은 청정한 물길 옆으로 겹겹이 둘러쳐진 철조망과 지뢰표식이 깔려 있어 분단의 현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한다.

 

11코스는 19㎞ 길이로 숭의전지에서 시작해 당포성과 주상절리를 거쳐 군남홍수조절지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들판과 강변, 야산을 통과하며 다양한 경관을 즐길 수 있지만, 민가가 적어 도보 여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구간이다. 그러나 임진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당포성 성곽길, 용암이 빚어낸 주상절리, 다양한 야생화를 두루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인 전재국씨가 소유권을 매각한 허브빌리지도 이 코스에서 들러볼 수 있다.

 

평화누리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12코스는 전쟁의 잔상이 가장 많이 남은 길이다. 24㎞의 길은 신탄리역까지 이어지는데 호젓한 임도의 오솔길이 5㎞ 이상 펼쳐져 걷는 재미를 주는 곳이다. 임도와 차탄천 둑길에서는 호젓한 기분을 느끼며 자전거를 즐길 수도 있다. 그러면 어느새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로 단절을 되새기고 있는 신탄리역이 모습을 드러내며 여행의 종점을 알린다.

경인일보=권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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