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과 관련해 전주시민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 세 가지를 꼽는다면? “몰라요”, “관심 없어요”, “지켜봐야죠.”
29일 펜과 수첩을 들고 전북대, 전주역, 전주버스터미널, 전북도청 일대를 찾았다. 본격적인 4·13 총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 전주시민의 선거 체감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질문에 대꾸해 주면 운이 좋은 편, 대부분 ‘관심 없으니 다른 데 가서 알아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왜 이렇게 무관심할까? 이유는 지켜지지 않는 공약, 현 정권에 대한 불신, 야당에 대한 실망 등으로 귀결됐다.
전북도청 인근에서 만난 이호승(41)씨는 희망 없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 사람이 하든 저 사람이 하든 공약을 내세워도 지키지 않아요. ‘정치’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고, 그러다 보니 관심이 가지 않아요. 이제는 당선만을 목적에 둔 연설이 아닌, 시민을 위한 연설이 듣고 싶어요.”
4·13 총선에서 첫 선거권을 행사하게 된 전북대 산업디자인학과 박수정(20)씨는 “진정성과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벌여 놓는 것보다 작더라도 실천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라며 “선거일이 다가오면 후보자가 지금까지 했던 활동 위주로 검색해 보고, 투표장에 가겠다”고 밝혔다.
‘정권 심판’ 또는 ‘야당 변화’를 주장하는 시민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강덕순(76)씨는 “현 정권 들어 노인복지는 갈수록 후퇴하고, 여전히 일부 노인은 길거리에서 폐지를 주어 생계를 이어간다”며 “이상한 데 헛돈 쓰지 말고 홀로 노인 공동생활지원이나 손주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은 가는 표에 비해 관심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며 ‘전북 소외’를 주장하기도 했다.
한모(57)씨는 “야당 백날 찍어봐야 전북은 배신만 당했지. 전북에 있는 본사는 전남이나 광주로 옮겨가고, 결국 전북은 알짜배기는 다 뺏기고 껍데기만 남았잖아. 계속 우물 안 개구리로 살 수는 없지”라고 말했다.
전주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정금봉(46)씨는 “호남지역 표를 독식하다시피 한 야당이 전북은 신경쓰지 않으면서 전주시민은 혜택 본 게 없다”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서로 이권 다툼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밝혔다.
4·13 국회의원 선거와 재·보궐 선거 관련 공식 선거 운동이 31일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냉랭하기만 하다. 여론의 무관심 속에 4·13 총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선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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