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단맛 길들여지면 중독 악순환 / 포도당 등 단순당 과다섭취 땐 지방 축적돼
지난 4월7일 보건의 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우리 국민의 당류 적정 섭취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오늘 하루 먹었던 음식을 떠올려보자. 세 끼 식사 사이에 먹은 간식도 포함해서 말이다. 섭취한 모든 음식에 당이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알고 먹는 당보다 나도 모르게 섭취하는 당이 더 많다. 단순당, 어디에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아는 것이 과다 섭취를 먹는 첫 걸음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내분비내과 백영하 과장의 도움말로 당(糖) 전쟁에서 살아남는 비법에 대해 알아본다.
△단순당 중독, 악순환 고리를 끊어라
당은 단백질, 지방과 함께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로 꼽힌다.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동시에 인체 세포들이 수 많은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센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뇌 활동에는 당만 에너지로 쓰이는데 당은 크게 단순당과 복합당으로 나뉜다. 단순당은 포도당이나 과당, 복합당은 녹말이나 식이섬유 등을 일컫는다.
문제는 단순당을 과다 섭취할 때 발생한다. 단순당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이나 무기질은 거의 없고 열량만 높기 때문이다. 쓰고 남은 당은 체내에서 지방으로 바뀌어 몸에 저장되면서 비만의 원인이 된다. 당이 체내에 흡수되면 혈당이 오르기 시작하는데 우리 몸은 갑자기 오른 혈당을 낮추기 위해 급히 인슐린을 분비하고, 이는 다시 혈당을 빠른 속도로 떨어뜨려 단 음식을 찾게 한다. 이를 ‘혈당 롤링 현상’이라고 한다. 이 상태는 스트레스를 일으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을 분비시키고 이 같은 악순환이 비만을 부르는 것이다.
더군다나 혈당치를 낮추는 인슐린은 단백질 생성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슐린이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트립토판을 제외한 많은 양의 아미노산을 원료로 사용한다. 이에 따라 다른 아미노산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트립토판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필수아미노산의 하나인 트립토판은 우울 증상을 개선하고 기운이 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원료로, 트립토판이 상대적으로 많아져서 세로토닌 생성이 증가하면, 사람들은 활력이 넘치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단 음식을 더욱 섭취하게 된다. 문제는 단맛이 트립토판의 양을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어디까지나 다른 아미노산의 양이 감소해 상대적인 비율만 높아졌을 뿐이다.
당분을 과다 섭취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캠퍼스 데이빗게펜의과대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고과당 음식을 장기간 계속 섭취하면 두뇌의 학습 및 정보저장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쯤 되면 과다 섭취한 당이 충치를 유발시킨다는 것 정도는 소소한 문제로 치부될 법하다.
△단순당의 섭취 주범
당이 어느 식품에나 들어있고, 알고 먹는 것보다 모르고 먹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다. 과일, 꿀, 고구마, 단호박, 옥수수 등 단맛이 있는 자연식품에도 당이 함유돼 있다. 꿀은 섭취하면 곧바로 간으로 직행해 포도당으로 전환되는 설탕과 비슷한 단순당이다. 딸기 100g에는 3g, 우유 반 컵에는 4g, 토마토 반쪽에는 5g 남짓한 당이 들어 있다.
가공식품으로 가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가공식품은 단맛을 내기 위해 당을 첨가하므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양의 당을 함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700g 한 통에는 144.6g, 비스킷 한 조각에는 21.8g의 당이 들어있다. 사탕이나 아이스크림, 과자, 케이크, 콜라, 사이다는 그야말로 당 덩어리인 셈이다.
그렇다면 무가당 주스는 안전할까?
무가당 주스는 생산과정에서 당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일은 그 자체에 당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과일을 짠 주스는 이미 당분을 함유하고 있는 셈이다. 무가당 주스가 무당 주스는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들 중 당 섭취량을 높이는 주범은 무엇일까?
30세 이상에서 당분 섭취량을 높이는 주범은 인스턴트 커피, 유아·청소년에서는 탄산음료이다. 어렸을 때부터 단맛에 길들여지면 성인이 되어서 당류를 과잉 섭취할 우려가 있고, 당류의 과잉섭취는 충치·비만·당뇨 등을 유발시킬 우려가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우리가 당류의 섭취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는 큰 이유가 된다.
● 건강관리협회 백영하 과장이 말하는 당류 섭취법
- 가공식품 구매 때 당 적은 제품 골라야
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백영하 내분비내과 과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65.3g인데, 그 중 12~18세 사이 청소년층이 당류를 가장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청소년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우리 국민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보다 13%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면서 “이는 각설탕 25~26개 정도의 양으로 무심코 지나칠 만한 양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당류 저감 종합 계획’은 당류 섭취량을 1일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이는 각설탕 16~17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예를 들면, 하루 2000kcal를 섭취하는 성인의 경우 당 섭취를 200kcal(당으로 환산 시 50g) 이내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백 과장은 “무분별한 당 섭취를 막기 위해서 가공식품을 구매할 때 당류 함량 표시를 확인해 당이 적게 함유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한다.
또한 “단순당의 함량이 높은 설탕, 꿀, 사탕, 초콜릿 등의 섭취를 피하고 식이섬유 등이 많은 복합당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갈증을 해소할 때는 단맛이 나는 음료보다는 생수를 마시는 것이 좋다. 커피나 음료는 시럽, 설탕 등을 빼거나 소량만 넣어 마시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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