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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치유

인간 관계의 갈등은 역지사지 부족 원인…상대방 입장 배려를

▲ 배성수 재향경우회 사무총장

며칠 전 친구들과의 전주 모임 뒤 씁쓸한 마음을 안고 서울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한 동네에서 살았던 초등학교 동기이며 동갑내기인 일곱 명의 친구들이 60여 년 동안 변함없이 깊은 우정을 나누며 살아오고 있는데 최근 두 친구가 사소한 다툼으로 반목하게 되고 그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 한데서 발단이 되었고, 두 사람 모두 자기 잘못은 생각지 않고 상대방만을 탓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죽마고우 사이에서도 이럴진대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적 갈등 해소는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회든지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갈등의 감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피할 수 없는 게 갈등이라면 그 해결 문제가 예방 못지않게 중요할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는 이념, 지역, 빈부, 세대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확장되고 다양화되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은 OECD 27개국 중 종교 분쟁을 겪고 있는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10년 기준 82조 원~246조 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거의 한 해 예산에 맞먹는 돈이 사회적 갈등으로 소비된다는 뜻이다.

 

지난 2월 국민대통합위원회 의뢰로 고려대 산업협력단이 작성한 ‘한국형 사회 갈등 실태 진단’ 보고서는 한국 사회가 각종 갈등의 심화로 인해 분노 사회를 넘어 원한 사회로 치닫고 있다는 섬뜩한 결론을 내리고,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빈부 격차를 꼽고 있다.

 

이해당사자들 간의 대립을 원만히 해결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절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치란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고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는 이런 갈등을 효과적으로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다행히도 이번 4·13 총선에서는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파당만 챙기는 정치권에 준엄한 심판을 내리고, 오랜 병폐인 지역주의를 균열시키는 희망의 빛을 보여 주었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세대 갈등의 치유를 위해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의 피와 땀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음을 인정하고, 노인들은 젊은이들의 비판적 지성을 살펴보며 그 상처를 보듬는 애정을 가져야 한다. 런던비즈니스스쿨 테미 에릭슨 교수는 세대 간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서 한 단계 나아가 여러 세대가 융합될 수 있는 근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요즈음 치유(Healing)가 대세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만큼 사회 각 부분에서 갈등으로 인해 상처를 입고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이다.

 

인간관계의 갈등을 해소하려면 먼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일찍이 공자는 원만한 인간관계의 황금률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들었으며 모든 관계의 갈등은 역지사지의 부족에서 생긴다고 설파했다.

 

부부 갈등이 중요한 사회문제였던 고대 로마에서는 갈등 관계인 부부들이 비리플라카 여신상 앞에서 교대로 자신의 불만을 말하고 상대방이 듣는 과정을 통해 서로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조금씩 양보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반목 중인 두 친구의 조속한 화해와 우리 사회의 각종 갈등의 골이 메워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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