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는 영화의 도시답게 영화인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제작지원을 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단편영화제작지원을 돕거나 장소 섭외나 숙소·경비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영화영상인력 배출과 단편영화 제작이 활발하다. 양질의 작품들은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고 있다.
올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지난해 전주시와 전주영상위원회 등의 제작 지원을 받은 작품 세 편이 초청됐다. 한국단편경쟁 부문의 ‘사일런트 보이’(감독 박근영)와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의 ‘반차’(감독 최진영), ‘사막 한 가운데서’(감독 채한영)이다. 지역 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세 작품과 감독을 만나본다.
△ 박근영 감독의 ‘사일런트 보이’
“전주지역 친구들과 교류하며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 가장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주영화제에 초청돼 저도, 출연한 친구들도 무척 기쁘고 뜻 깊습니다.”
어릴 적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키워온 박근영 감독은 시나리오를 공부하기 위해 국문과에 진학했지만 박진감 넘치는 영화 현장이 갈급했다. 졸업을 하자마자 현장에서 스태프로 일하며 대학원에서 본격적인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지난해 전북독립영화제 우수상 수상작이기도 한 ‘사일런트 보이’는 입냄새로 인한 따돌림, 가창 시험 등 10대들의 민감한 사건들을 통해 사춘기이기 때문에 겪는 일상을 연출한 작품으로 그의 실제 유년기 경험을 담았다.
특별한 점은 실제 전주예중·예고 학생들이 등장하고 육상선수 역인 여학생 역시 배우가 아닌 실제 여중생 육상선수를 섭외했다. 지난해 전주영상위원회가 진행하는 자유배낭 팸투어를 통해 단편 영화 ‘사일런트 보이’의 장소와 배우들을 섭외했다.
그는 “전북지역 육상팀이 있는 학교는 모두 돌았는데, 마지막으로 간 순창이 마음에 꼭 들었다”며 “비전문 배우들이 주는 실제 같은 생생함, 신선함을 담고 싶었는데, 다행히 영화에 잘 녹아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채한영 감독의 ‘사막 한 가운데서’
지난해 전북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고 부산독립영화제, 대전독립영화제에 초청됐던 ‘사막 한 가운데서’는 채한영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그는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대 받게 돼 감사하다”며 “이런 성과를 낸 데에는 전북독립영회와 전주영상위원회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영화도 촬영해 출품했었다는 그. 학부 전공은 다르지만 영화의 꿈을 놓지 않고 지난해 (사)전북독립영화협회가 진행하는 ‘마스터와 함께하는 전북단편영화제작스쿨 ‘에 지원해 ‘사막 한 가운데서’를 제작했다.
영화는 상실, 그리고 상실에 대한 아픔을 외면하는 메마른 현실을 표현했다. 자식을 잃고 유품인 장남감을 땅에 묻기 위해 공사장에 온 남자와 사라진 아들을 찾기 위해 공사장을 찾은 여자, 그리고 이들을 쫓아내려는 경비원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소모하는 감정들을 담았다. 특히 부안에서 촬영된 허허벌판의 공사장 배경은 메마른 사막을 상기시키며 극의 분위기를 극대화 시킨다. 감독은 “비슷한 슬픔을 갖고 있는 이들이 외부인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서로 소통·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경비원이 사막 같은 황폐한 현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고 말했다.
△ 최진영 감독의 ‘반차’
“독립영화인데다 단편작이기 때문에 극장 개봉이 어려울 것 같았는데 영화제를 통해 사장되지 않고 보여질 수 있어 영광입니다.”
최진영 감독의 ‘반차’ 역시 전주영상위원회의 단편영화제작지원에 선정돼 탄생한 작품이다. 올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한 영화는 학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남편과 물리치료사인 아내가 군산으로 나들이를 가며 겪는 일상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금슬 좋은 이 부부의 짧은 여행은 군산의 일본식 적산가옥 일대와 구불구불한 골목길,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인 초원사진관을 지난다. 그러나 작품은 일반적인 로맨스 장르의 전형을 따르지 않는다. 결국 둘은 이혼을 하게 되고, 작품 속 세심한 심리묘사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감독은 “군산이라는 곳은 시간의 층을 생각하고 공간을 기억할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며 “지역 촬영 비율이 지원 조건이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군산의 풍광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5년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필름 워크숍을 통해 영화에 입문했다. 워크숍 결과물이 영화제에서 상영된 첫 작품이다. 이후 단편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2008) ‘마리와 레티’(2010) ‘낙원동’(2014) 등 6편을 완성했다. 특히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는 2008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는 전라감영 복원을 위해 구도청을 철거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를 제작 중이다”며 “앞으로도 영화에 대한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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