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25톤정도 수거…동남아 등에 수출 / 수익금 일부 홀로노인 봉사단 등 지원도
전주시에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양홍철·정성용 대표는 길거리 헌 옷 수거함에 담긴 옷들을 깨끗하게 수선한 뒤 동남아시아와 국내 구제의류매장 등에 판매하고 있다.
아직 더 입어도 괜찮을 옷들이 수거함에 들어온 신세가 됐지만 재생과정을 거쳐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되는 셈이다. 새 주인에게 멋을 내주는 이들 헌 옷은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도 기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양홍철·정성용 대표는 수거된 헌 옷을 재생한 뒤 판매해 얻은 수익금 중 일부를 불우이웃을 위해 쓰고 있어 지역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거된 헌 옷이 영리목적을 위해 사용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과 달리 전주에서는 길거리에 설치된 헌 옷 수거함에서 희망이 싹트고 있다.
12일 전주시 완산구 원당동에 자리잡은 헌 옷 수거업체이면서 사회적 기업인 ‘함께하는 사람들’.
작업장에 들어서자 그동안 수거된 10톤 가량의 옷가지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일정 간격을 둔 4명의 직원은 수출용·구제의류 판매용·소각용 등이라고 새겨진 고무통에 옷을 분류하는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중 40%는 쓰레기와 불순물 등으로 소각되고, 나머지 60%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 1㎏당 180~200원에 수출된다. 특히 상태가 좋은 1%의 헌 옷들은 구제의류 매장으로 향한다.
양 대표는 “한 달에 많을 때는 25톤 정도의 헌 옷을 수거한다”면서 “그러나 이 중 생활쓰레기나 사용할 수 없는 불순물을 뺀 나머지 60% 정도가 국외로 수출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고물상업을 하던 양홍철·정성용 대표는 ‘난립한 헌 옷 수거함도 줄이고, 헌 옷을 팔아 불우이웃돕기에 쓰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전주시청 자원위생과를 찾았다.
당시 전주시도 도심에 무분별하게 자리잡은 헌 옷 수거함 때문에 ‘내 집 앞에 설치하지 말라’는 민원이 급증했던 터였다. 시는 자구책으로 완산구 원당동(함께하는 사람들)과 덕진구 전미동(공동체 나눔환경)에 자리잡은 이들 사회적 기업을 헌옷 수거업체로 허용했다.
단, 통일된 규격의 헌 옷 수거함을 설치하도록 하고 도심 미관을 저해하는 요소를 줄여나가는 방향성을 요구했다.
그러자 4000여 개였던 헌 옷 수거함이 반절로 줄고, 덩달아 헌 옷 판매는 물론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증가했다.
양 대표는 “저희가 설치한 헌 옷 수거함은 책임져야겠다는 소명이 있다”며 “도심 미관을 해친다는 민원이 있을 때는 즉시 철거하고 헌 옷 수거함 주변 쓰레기도 함께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이 운영하는 전주지역 헌 옷 수거함은 1818개(덕진 828개·완산 990개)로 지난해 수거된 헌 옷만 244톤에 달한다.
문제는 헌 옷 수거함 시장도 재활용품 단가가 높았던 1~2년 전에는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현재는 재활용 단가가 많이 떨어져 기존에 채용된 직원들이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 대표는 “2~3년 전 헌 옷 단가가 1㎏당 700원에 육박할 때는 헌 옷을 훔쳐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함께하는 사람들’과 ‘공동체 나눔환경’은 전주시 홀로노인 나누미 봉사단(매월 100여 만원)과 재단법인 아름다운 가게(매월 200여 만원), 전주 연탄은행(연 200~500만원), 전주지역 자활센터 등에 헌 옷 수거 판매대금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전주시 자원위생과 관계자는 “재활용 원자재 단가가 낮아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헌 옷이 그냥 버려지면 막대한 소각비용이 들지만, 버려진 옷들이 수거돼 좋은 일에 쓰이면서 사회적 비용도 줄어드는 선순환구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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