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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팔도유람 - 강릉단오제] 설렌다…강릉의 봄 그리고 천년의 몸짓

다음달 5일부터 12일까지 본행사 / 단오제 서막 알리는 신주빚기 등 / 12개 분야·70여개 프로그램 마련

▲ 제관들이 입에 한지를 물고 신주를 담그고 있다.

“꼭 1년만이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설렌다.

그녀 뿐이랴!

목욕재계하고 주변을 정갈히 하며 나를 기다리는 그들 또한 그립다.

단풍나무에 의지해 그들을 만나러 가는 시간은 1년에 고작 삼칠일 남짓.

그러나 나에게는 메마른 땅에 새 생명이 움트는 봄과 같이,

그녀가 없는 칠흑같은 1년을 견디게 해주는 충분한 시간이리라.

 

내 님이 오신다

단풍나무에 올라타 오색예단 휘감고

위풍당당 내려오는 님의 모습이

그립고, 그립고 또 그립다.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도 우리같은 마음일까?

두근거리는 마음 진정시킬 수 없어

단오신주 한 모금 입에 베어문다.

 

우리의 애타는 이 사랑을

이어주는 너희가 고맙고 기특하다.

우리가 회포를 푸는 이 시간동안

너희도 우리와 함께 사랑을 나누어라.

 

그리하여,

우리의 사랑이 깊은 만큼,

우리의 사랑이 애타는 만큼,

우리의 기쁨이 커지는 만큼,

 

신과 인간이 함께 머무는 이땅에

안녕과 평안, 풍요와 번영의 복을 주리라.”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 2016 강릉단오제(2016 Gangneung Danoje Festival) 준비로 강릉의 봄은 벌써부터 들썩인다.

 

2016 강릉단오제의 본행사는 오는 6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동안 강릉남대천 일대에서 열리지만 강릉사람들은 음력 4월5일인 5월11일부터 6월12일까지 33일간 펼쳐지는 축제로 기억한다.

 

강릉단오제의 첫 행사는 음력 4월5일(5월11일) 신께 바칠 술을 빚는 신주빚기로 시작된다.

 

강릉시민들의 정성을 담은 신주미를 모으는 신주미봉정과 제관들이 칠사당에서 신께 바칠 술을 빚는 신주미 빚기가 바로 그것이다.

▲ 창포물에 머리 감는 외국인들.

2000년부터 강릉시민들이 정성을 함께 모아 신주를 빚을 쌀을 모으고 있는데 매년 3000여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해 100여가마(80㎏ 기준) 이상의 신주미가 모아지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쌀로 만들어진 단오신주는 단오기간 내내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맛보이는 신주와 단오떡의 재료가 된다.

 

단오신주 만드는 날인 음력 4월 5일(5월11일) 오전 10시부터 칠사당에서 제관들이 신주를 빚고 이어 오후 2시부터 강릉대도호부 관아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신주빚기 행사가 마련된다. 참가자를 미리 신청받아 단오신주를 빚게 되지만 이 과정 또한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는 체험행사다.

 

강릉시민들의 정성으로 빚어진 신주가 익어갈 무렵, 음력 4월 15일(5월 21일) 국사성황신을 모시기 위한 두번째 지정문화재 행사인 대관령 산신제 및 국사성황제, 봉안제가 열린다.

 

대관령 산신제는 대관령산신께 국사성황신을 모시고 간다고 고하는 의식이며 이어 국사성황사로 내려와 유교식 제례와 도교식 의식인 무녀의 굿이 펼쳐지며 국사성황신을 모시는 의식의 열기는 점점 고조된다.

 

이어 신기를 받은 무녀와 신목잡이가 국사성황당과 대관령 산신각 뒷산에 올라 단풍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국사성황신을 맞게된다.

 

신이내린 단풍나무를 신목잡이가 잡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온 뒤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국사성황신이 인간세상에 내려온다. 국사성황신이 내려오면 가장먼저 단풍나무를 오색천으로 치장한다. 오색예단 휘두른 단풍나무를 앞세워 훠이훠이 대관령을 내려와 구산성황당을 거쳐 국사성황신의 고향인 학산을 돌아 여성황신이 있는 강릉시홍제동 여성황사에 모시는 봉안제를 마치면 국사성황신과 여성황신이 합방을 하게 된다.

 

국사성황신과 국사여성황신이 1년의 회포를 푸는 동안 강릉시민들은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막바지 잔치준비에 돌입한다.

 

단오의 막이 먼저 오른 뒤 음력 5월 3일 국사성황신과 여성황신을 단오제단으로 모시는 영신행차가 시작된다.

 

영신행차를 보기위해 강릉 사람들 모두 남대천으로 가는 길마다 모이고 신이 가는 길마다 마을 별로 풍악을 울린다. 두 신은 그렇게 강릉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단오제단에 정좌한다.

 

이제는 인간들이 신을 즐겁게 하는 일만 남았다.

 

올해 강릉단오제의 소주제는 ‘단오와 몸짓-신을 향한, 나와 당신을 위한, 세상의 모든 ‘몸짓’이 모이다’이다.

 

8일동안 12개분야 70여개의 프로그램이 한꺼번에 펼쳐진다. 모두 강릉사람들이 준비하고 만들어 함께 즐기는 행사들이다.

▲ 관노가면극 공연.

지정문화재 행사로 조전제와 단오굿, 관노가면극, 송신제와 소제가 마련되며 기획공연으로 굿의 춤사위를 모은 ‘굿 with us’시즌2와 강릉단오제 무격부의 환상적인 타악을 베이스로 강릉단오제 천년의 몸짓을 표현한 ‘에시자 오시자’가 마련됐다.

 

이 뿐이랴. 중요무형문화제 제11-라 강릉농악을 비롯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초청공연과 학산오독떼기 등 도무형문화재 초청공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 제주 탐라문화제, 전주 세계소리축제, 정선아리랑제, 인천 부평풍물대축제와의 교류로 제주 구좌읍 민속보존회, 이창선의 대금스타일 밴드, 판소리,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 인천부평구립풍물단의 공연과 ICCN회원국인 프랑스 가나팀의 프랑스 전통음악과 댄스, 중국 형주시 예술극원팀의 민속가무, 중국길림성의 민속음악과 무용, 뮬란 무대극, 몽골 튜브도의 몽골전통음악연주, 중국 사천성의 이백의 시를 춤과 노래로 표현한 공연과 변검 공연도 볼만하다.

 

강릉단오제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바로 난장이다. 단오난장에는 떨이몰과 중소기업의 신제품몰이 묘하게 공존한다. 난장의 단골상점은 이불전과 양말, 양산, 잡화 등 수 없이 많지만 히트상품은 그때그때 다르다. 2년전에는 레몬을 직접 짜 만든 레모네이드가 히트상품이었다면 지난해에는 맥주에 소세지가 히트상품이었다. 몇년전에는 잡화가 많았지만 요 근래들어 먹거리로 바뀌는 추세다. 그래도 변함없는 스테디셀러는 감자전에 막걸리를 파는 상가들이다.

 

강릉사람들이 만드는 강릉단오제는 이렇게 천년의 세월을 이어왔다. 천년을 이어오는 동안 강릉사람들의 핏속에는 단오DNA가 만들어졌다.

 

그 단오DNA는 천년전 신라시대 굴산사를 창건한 범일국사가 죽어 국사성황신이 되고 하슬라를 지키던 김유신 장군이 죽어 대관령산신이 됐으며 호랑이에 물려간 정씨처녀가 국사여성황신이 된 전설처럼 영원히 강릉사람 곁에 남으리라.

강원일보=조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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