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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

누구에게나 마음의 안식처 / 언제 어디이건 내고향 전북 / 살기좋은 곳 되기를 바란다

▲ 양중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 과장

슬라브 무곡, 신세계 교향곡, 유모레스크 등으로 유명한 드보르작(1841~1904)은 체코의 국민 작곡가로 크게 추앙받고 있다. 그는 런던, 모스크바, 뉴욕 등 전 세계를 여행하며 새로운 세계에 크게 흥미를 가졌다. 뉴욕에서는 국립국악원장까지 지내며 안정된 생활을 영위했다. 그런 그도 만년에 들어서는 향수를 이기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볼타바 강변의 조그마한 시골 마을에서 생을 마감했다. 드보르작의 대표작은 고향인 보헤미아의 정서와 향수를 표현한 작품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덜란드는 전 국토의 1/4 가량이 바다보다 낮은 땅이다. 전국을 돌아다녀봐야 변변한 산이나 하천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죽했으면 나라 이름도 ‘낮은 땅’이라는 뜻일까? 그래서인지 네덜란드인들은 일찍부터 신대륙을 찾아 나섰다.

 

17세기 초반 허드슨강 유역을 탐험한 후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고향인 암스테르담을 본떠 뉴암스테르담이라 이름 지었다. 대항해 시대를 맞아 미지의 세계를 돌아다니며 식민지를 건설하면서도 고향에 돌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잊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도시를 만들면서 그 이름만이라도 고향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끝없는 평원과 구릉지대가 이어진 풍경에 금방 싫증이 나게 된다. 가도 가도 끝없는 평원은 도시의 발달에도 영향을 주어 모든 도시가 별다른 특징 없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어디를 보아도 똑같은 모양의 집, 똑같은 모양의 도로, 똑같은 모양의 들판, 산지가 발달한 지역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이 보기에는 어디를 보아도 똑같은 풍경이어서 특별한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그런데, 그런 유럽인들조차 특별할 것 없는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우리와 다를게 없는 것 같다. 드보르작이나 네덜란드인의 사례를 보면.

 

강태공은 제나라의 높은 벼슬에 봉해져 5대에 걸쳐 제나라에 살았다. 그렇지만 그런 그도 죽음에 이르러서는 살아 생전 은혜를 입은 제나라가 아닌 태어난 곳 주나라로 돌아가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가 죽을 때 자신이 태어난 굴이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는 말이다.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고 싶은 마음 혹은 죽어서라도 고향에 묻히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여우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여우까지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냐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떠난 지 18년 만에 돌아가 잠깐을 근무하고 1년 만에 다시 훌쩍 떠난 곳! 훌쩍 떠난 사람을 잊지 않고 찾아내 13년 만에 다시 지면을 통해서나마 찾아오게 하는 곳! 앞으로도 1년에 몇 차례 잠깐씩은 들르겠지만, 마음만은 항상 함께 있는 곳!

 

고향이란 그런 곳이다. 누구에게나 마음의 안식처이고, 힘들 때면 꼭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곳! 언제이건 어디에서건 응원하고 그리워하는 곳! 아무런 이유 없이 발길이, 눈길이 머무는 곳! 언젠가는 되돌아 갔으면 하고 바라는 곳! 젖 내음 가득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

 

내 고향 전북을 떠나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언제이건 어디에 있건 내 고향 전북이 인정과 배려가 넘치는 살기 좋은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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