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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투자 MOU 어물쩍 넘어갈 일 아니다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이 20일 삼성의 새만금 투자 MOU 관련 입장을 전북 언론에 전달했다. ‘2011년 당시 투자를 결정했던 풍력발전과 태양전지 사업은 사업성 부족으로 철수한 상태지만, 기존에 체결한 양해각서를 철회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삼성에서 유선으로 알려왔다는 게 골자다. 또 삼성이 새로운 투자계획이 있을 경우 새만금에 투자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단다. 전북도민들에게 직접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은 삼성도 그렇지만, 새만금개발청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는 모양새가 영 사납다.

 

우선 이 청장이 전한 삼성의 입장이라는 게 불명확하다. 새만금 투자 MOU 관련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손을 뗐다면서 MOU를 철회한 것은 아니라는 말 자체가 아리송하다. 말 그대로라면 애초 양해각서에 명기한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투자는 아니지만 2021년부터 새만금에 투자하겠다는 의향은 유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게 삼성의 진심이라면 굳이 이렇게 에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다. MOU 철회에 대한 지역의 반발을 연착륙시키려는 수순으로 보인다.

 

새로운 투자를 할 경우 새만금에 우선 투자하겠다는 것 역시 민심 달래기 차원의 같은 맥락이지 싶다. 정부까지 나서 거들었던 MOU를 사실상 파기하면서 기업의 한 임원이 구두로 한 투자 발언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청장의 간담회 배경과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도 새만금개발청장으로서의 자세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새만금개발청에 삼성의 입장을 전달한 인사가 삼성그룹의 책임 있는 고위 임원이 아닌, MOU 당시 실무진 쪽에서 나온 답변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공식 입장인지도 불분명한 의견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은 새만금개발청장으로서 무책임한 처사다. 삼성 투자 여부에 전북도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새만금개발청장으로서 그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청장의 전언이 자칫 삼성 투자 무산에 따른 물타기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양해각서는 기업의 사정에 따라 철회될 수 있다. 그러나 본란에서 여러 번 지적했듯이 삼성의 새만금투자 MOU는 LH공사 전북유치 불발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고 정부가 보증했다는 점 등에서 일반 MOU 성격과는 다르다.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 청장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할 일이 아니다. 삼성이 새만금투자 입장을 직접 밝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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