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 오거리·김시혜씨 사건 / 누명 쓴 사회적 약자들 위해 / 수임료 한푼 받지 않고 변호
형사재판에서 억울한 이들을 위해 진실을 밝혀내고 정의를 실현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이들이 ‘변호사’들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나 또는 최근 현실에서 비춰진 그들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부당거래’나 ‘7번방의 선물’에서 나온 국선변호사들은 피고인들의 억울함을 들어보려 하지 않고 진실을 외면한다. 최근 법조 비리에서 불거진 현실에서도 변호사들은 오로지 돈 만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세태 속에서 주목받는 변호사가 있다. 바로 최근 이른바 ‘삼례 나라슈퍼 사건’의 재심을 성사시킨 박준영 변호사(43)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 사건과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무기수 김신혜씨’ 사건의 재심을 이끌어내 최근 대한민국 법조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됐다.
박 변호사는 세 사건의 공통점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지적 장애인이나 미성년자가 진범으로 몰려 누명을 쓴 것과, 그런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해야 할 수사기관이 가혹하고 무리한 수사를 꼽았다.
그는 이들 세 사건에 대한 변호사 수임료를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그가 힘든 사건들의 수임 대가로 얻은 것은 바로 ‘진실’이었다.
박 변호사는 “2010년 수원 노숙자 살인사건의 국선변호를 맡으면서 당시 피고인의 무죄를 확신했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직접 재심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살인사건의 피고인은 재심에서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미 판결된 사건을 다시 조사해 재심청구를 하는 일은 일반 변호보다 힘들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자료를 얻기도 힘들고 판결을 한 법원 쪽에서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같은 재심 사건 수임을 능력이 되는 한 계속할 예정이다. 최근 ‘삼례 나라슈퍼 사건’재심결정을 이끌어내자 재심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온다.
박 변호사는 “남들은 돈 안 되는 사건만 맡는 저를 보고 미쳤다고 하지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다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자녀에게 풍족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어떤 가장이든 같은 마음”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차후 내 자녀와 다음 세대가 사는 세상이 물질만능주의로 물든 것보다 좀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남 완도 출신인 그는 94년 목포대 전자공학과에 1년 늦게 입학했지만 학비가 여의치 않아 군 제대 후 포기하고 사법시험을 준비, 2002년 사시(44회)에 합격했다. 이어 사법연수원 35기 수료 후 한국방송통신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 법조인과는 거리가 먼 그는 “직업적인 변호사라는 호칭보다 약자와 억울한 이를 대변해주고 희망을 주는 ‘변호인’으로 불리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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