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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논의를 바라보며

변화된 시대 상황 반영·국민의 기본권 강화한 헌법 개정 논의하기를

▲ 한동영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최근 제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개헌론이 봇물 터지듯이 밀려 오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필두로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심심찮게 개헌에 관한 글들을 게재하고 있다.

 

필자는 개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사법시험 1차(객관식)시험 헌법 과목에 우리 헌정사에 관한 문제가 1문제 정도는 반드시 출제되는 경향이 있어서 이에 대한 준비를 하여야 하는데 헌법이 9차례나 개정이 되었던 관계로 공부할 분량이 많아서 헌법 개정이 되지 않았더라면 하지 않아도 될 공부를 하고 있다는 푸념을 마음 속으로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헌법은 1948년 7월 12일 제헌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되고 같은 달 17일 공포되어 시행된 이래 9차례의 개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으나, 개헌의 대부분은 권력자들이 자신의 집권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였으니 우리 개헌의 역사가 결코 자랑스럽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 2차례의 헌법 개정이 있었는데 1차 개헌을 발췌(拔萃)개헌, 2차 개헌을 사사오입(四死五入)개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차 개헌인 발췌개헌은 집권당인 자유당에 유리한 일부 내용 만을 뽑아서 개정안을 만들어서 발췌개헌이라고도 표현되는 것으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일부 국회의원을 감금한 상태에서 표결을 하여 개헌안이 통과시켰고, 2차 개헌인 사사오입 개헌은 개헌안에 대하여 표결한 결과 찬성표가 1표가 부족하여 부결되었는데 하루가 지난 후에 반올림을 하면 소수점 이하 0.5 미만은 버려야 하니까 가결되었다고 하는 해괴한 논리를 동원하여 헌법 개정을 하여서 사사오입 개헌이라고 불리우는데,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2차례 헌법 개정 모두 민주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결여한 것이라 할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2차례의 헌법 개정이 있었는데 모두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비민주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69년의 6차 개헌은 대통령이 3번 이상 할 수 있도록 개정하여 3선개헌이라고 불리우고, 그후 개정된 유신헌법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하여 대통령의 선출을 간선제로 바꾸어서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하였을 뿐 아니라 긴급조치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는 등 지극히 비민주적인 내용들로의 개정이었다.

 

다만, 지금 시행중인 헌법은 비록 신군부와 3김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인들의 야합으로 만들어졌다고 폄하하는 의견이 있기는 하나, 1987년 6월의 민주화 항쟁을 통한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의 요구가 수용되어 만들어진 자랑스러운 것이라 할 것이다.

 

헌법이 개정된지 30년이 지난 지금 개헌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시대 상황의 변화 등에 비추어 보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 개정을 논의함에 있어서는 헌법의 최고 가치인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안 대부분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책임제 등 이른바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부분에만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일반 국민의 입장의 입장에서 보면 권력구조가 대통령제로 되든지 아니면 내각책임제로 되든지 별반 차이가 없고,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논의가 가열될 경우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론이 분열되고 혼란만 가중되는 결과가 초래될 뿐 국익에도 별로 보탬이 되지 않는다.

 

모쪼록, 헌법 개정을 논의함에 있어서 헌법이 가지는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고 변화된 시대 상황을 반영한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여 모든 국민이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방향으로의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동영 위원은 울산지검 차장검사,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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