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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후반전이 훨씬 더 중요하다

특권층 비리·윤리 놓고 나라가 온통 시끄러워 인생은 축구·야구경기

▲ 객원 논설위원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검찰과 법원 주변에서 시작된 악취가 청와대까지 진동한다. 또 얼마 전에는 재벌총수의 성매매 사건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나라가 이대로 안녕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가뜩이나 무더위로 밤잠을 설치는데 불쾌지수까지 높다. 민간 자율까지 규제하는 ‘김영란법’이 오히려 시원한 물줄기처럼 느껴진다.

 

최근의 비리 시리즈는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소년등과(少年登科) 케이스다. 권력층 비리로 구속된 홍만표(57)·진경준(49) 전 검사장,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은 하나같이 소년등과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법조계 고위공직자 중 최고 부자라는 진 검사장은 게임회사 NXC(넥슨 지주사) 뒤를 봐주고 주식으로 126억원을 챙겼다. 그는 대학 3학년 때인 21살에 사법시험에, 22살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했고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과정을 마쳤다. 검사 2년차 때 6000원에 산 기차표를 1만원에 판 회사원을 구속한 일화는 유명하다. 400억 대의 재산을 가진 우병우 민정수석은 수천억대의 골프장과 건설사를 가진 처가를 뒀다. 그 역시 20살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검사시절 ‘독종’ ‘기브스’라는 별명을 들었다. 홍만표와 우병우는 2009년 갓끈 떨어진 노무현 대통령을 혹독하게 조사했던 장본인들이다. 또 얼마 전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으로 삭탈관직된 나향욱(47) 교육부 정책기획관 역시 23살에 행정고시에 붙었다.

 

이들은 승승장구하다 보니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남은 봄바람처럼, 자신은 가을서리처럼 대하라(待人春風 持己秋霜)”는 선인의 말을 귓등으로 들었던 것이다.

 

둘째는 지금은 조용해진 조영남(71)과 같은 케이스다. 그는 가수로 크게 성공했다. 클래식한 목소리와 걸출한 입담으로 많은 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5년 전부터 무명의 대작화가에게 10만원씩 주고 주문한 화투그림에 살짝 덧칠한 후 서명해 팔았다. 장사가 꽤 잘됐다. 그러나 그는 ‘유명세로 얻은 가짜 화가’였을 뿐이었다. 더구나 ‘미술계 관행’이라는 변명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사기죄로 재판받는 신세가 되었다.

 

셋째는 뉴스타파가 동영상과 함께 보도한 이건희 회장 케이스다. 이 회장의 성매매 사건은 차라리 국민들이 몰랐으면 좋았을 뉴스였다. 이 회장이 누구인가. 그는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나왔지만 한국사회에 공헌한 바가 컸다.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시켰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공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뒤에서는 20~30대 여성 여러 명을 불러 성매매를 해 온 것이다. 이것은 한 개인의 배꼽 밑 이야기가 아니라 소수 특권층의 도덕과 윤리의식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어디 이 회장뿐이겠는가.

 

이들은 모두 인생 후반부에 들어 망신살이 뻗친 경우다. 반면 오히려 후반전에 빛나는 인물도 있다. 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카터(92)와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81)가 대표적이다. 카터는 재임 중 국내 경제정책 실패로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가 퇴임 뒤 세계 평화 전도사로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사랑의 집짓기 운동(해비타트) 등 왕성한 활동을 벌여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었던 호세 무히카는 젊은 시절 군부독재에 맞서 14년 동안 감옥에 갇히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후 월급의 90%를 기부하고 대통령궁을 노숙자들에게 제공했다. 정치도 잘 해 우루과이의 빈곤율을 떨어뜨리고 소득을 증가시켰다. 5년의 임기를 마친 2015년 2월 퇴임시 영국의 BBC는 “가장 이상적이고 정직한 대통령이 떠난다”고 애석해 했다.

 

이들을 보면서 인생은 축구나 야구경기처럼 후반전이 훨씬 더 중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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