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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 쯤이야?"

서로 마음과 힘을 합하여 모든 일을 함께 협력하는 협동의 본질 가치 찾아야

▲ 박태석 NH농협은행 부행장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죽기 전 자신의 세 아들에게 “너희 형제는 물과 고기처럼 화목해야 한다. 절대 다투지 마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세 형제는 반목했고, 만주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의 역사도 그렇게 끝이 났다. 제아무리 강대한 국가라 하더라도 내분이 생기면 쉽게 무너질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만년꼴지 미식축구팀 세인트루이스 램스를 슈퍼볼 우승으로 이끈 명감독 딕 버메일은 “조직을 승리로 이끄는 힘의 25%는 실력이고 나머지 75%는 팀워크”라는 말을 남겼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소수 스타플레이어의 반짝 활약보다는 팀워크가 더욱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주역에 이르기를“이인동심(二人同心) 기리단금(基利斷金)” 이라 하였다. 즉 두사람이 합심하면 그 날카로움이 단단한 쇠라도 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어떠한 조직이건 그 구성원간의 협동과 화합은 시대와 지역을 넘어 인류의 역사를 지탱해 온 중요한 화두로 기능해 온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는 이러한 전통을 삶의 방식 곳곳에서 이어왔다. 나 하나의 이익보다는 조직과 공동체를 중요하게 여기며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길을 당연하게 택했다.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된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에서처럼 그 시절 우리는 남의 집에서 가족처럼 식사를 하고 이웃의 고민과 아픔 또한 함께 나누었다. 대문을 열어놓은 채로 서로 왕래했고, 아랫집이 음식을 하면 더 많은 양을 해서 윗집에 나누어 주곤 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급격한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빽빽한 아파트가 숲을 이룬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웃과의 친밀함과 협동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모습에서 고성장의 그늘을 보는 것 같아 때때로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의 주관적 가치만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나와 내 가족만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사회현상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도를 지나쳐 너나 할 것 없이 남을 의식하지 않고 배려와 관용의 미덕을 잃어버린다면 그 혼란의 피해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 오지 않을까?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존감을 지키는 것은 분명 옳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과 사회에 대한 관용과 배려가 없는 자기 중심적 사고와 행동으로 변질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나 하나 쯤이야’라는 사고는 우리 사회의 고유한 풍습인 협동과 화합의 문화를 해치고 여러 가지 부정적인 현상을 양산하고 있다.

 

활력을 잃어가는 경제상황과 청년층의 실업난 가중, 사회 양극화 등으로 인해 삶이 팍팍해지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에 불신과 피해의식이 자꾸만 쌓여가는 것만 같다. 층간소음이나 주차문제 등으로 이웃과의 심한 분쟁이 발생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게 만드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세태는 과거의 시각으로 볼 때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일이 아니던가.

 

필자는 이러한 사회구성원간의 갈등과 반목을 줄이고 협력과 화합의 길을 가기 위해 오랜 세월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협동의 정신을 다시금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마음과 힘을 합하여 모든 일을 함께해 나간다는 협동의 본질적 가치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다양한 분야에서 나와 내 가족만을 생각하는 편협한 사고를 넘어 모두의 이익과 안전을 먼저 생각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관용과 배려로 하나가 되는 길이요, 진정한 협동의 의미를 찾는 질문에 응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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