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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우체통의 존재

일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우체통도 그 중 하나다. 더 이상 손 편지를 쓰지 않게 된 시대에 우체통의 역할은 미미하다. 우체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편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통계로는 1993년 만해도 우리나라에 5만7599개의 빨간 우체통이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해마다 감소하기 시작해 2004년에는 3만 6012개로, 2006년에 2만7317개로 줄었다. 불과 10여년 만에 3만개가 줄어든 셈이다. 빨간 우체통이 줄어든 것은 물론 통신수단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대체 통신이 다양하게 개발되면서 우편물 활용은 큰 폭으로 줄었다. 2000년대 들어 빠른 속도로 보급된 인터넷은 우체통의 존재를 위협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됐다. 기업의 카탈로그 홍보조차도 인터넷 메일로 대체된 환경 변화를 보자면 살아남아 있는 우체통의 존재는 더 반갑다.

 

흥미로운 것은 우체통의 감소가 도심보다 농어촌지역에서 더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전북도 예외는 아니어서 해마다 감소의 폭이 크다. 우체통이 급격히 줄기 시작한 2000년 초반을 보면 2003년 2416개, 2004년 2239개, 2005년 2130개 등 해마다 100개 이상의 우체통이 지속적으로 줄었다. 전북우정청에 확인해보니 2008년 1600여개 남아 있던 것이 다시 조금씩 줄어들어 지금은 1046개가 남아 있다.

 

알려지기로는 전라북도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통은 전주 중앙동 전주우체국 앞에 놓였던 우체통이다. 말하자면 전라북도 1호 우체통이었던 셈인데, 이에 대한 정확한 사료는 없지만 전주우체국 개국일로 미루어볼 때 1896년 2월 16일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북우정본부와 전주우체국이 새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전주우체국은 경원동우체국으로 바뀌었지만 우체통은 살아남았다. 반가운 것은 근래 들어 우체통 감소폭이 적어 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체통은 1884년 우정총국이 출범하면서 처음 설치됐다. 초창기 우체통은 나무로 된 사각함. 일제 강점기 이후 빨강색 우체통이 보급되었다. 다른 나라들의 우체통을 보니 노란색, 파란색, 녹색, 오렌지색 등 색깔이 다양하지만 빨간색 우체통을 사용하는 나라가 가장 많다.

 

지난 주말, 시골길을 지나다 먼지 뒤집어 쓴 빨간 우체통을 보았다. 아직 건재한 우체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갑다.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빨간우체통은 소통의 상징이다. 쓰임의 효율성만으로 그 존재를 위협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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