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인을 위한 세 줄 요약:
- 부안댐도, 가는 길 벼락폭포도 ‘절경’…아담한 물놀이 공간도 좋아
- 한때 ‘서해 3대 명품’ 변산 해수욕장 부활 중…앞으로의 변화 기대
-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고민된다면 그냥 부안으로
당신은 ‘부먹파’인가, ‘찍먹파’인가?
‘고양이파’인가, ‘강아지파’인가?
‘러브라이브파’인가, ‘아이돌마스터파’인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인간은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온라인 세계를 끊임없이 달궜던 ‘양자택일’의 질문들. 그리고 당신은 어쩌면 여름마다 또 한 가지의 질문을 받아들곤 했을지 모르겠다.
산인가, 바다인가?
그렇다면 이제는 이렇게 답할 때도 됐다.
답은 부안이다.
벼락폭포, 물 문화관, 물놀이장, 그리고 부안댐
30번 국도를 타고 부안군의 북쪽 경계 부분을 훑으며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삼거리가 몇 개 나오는데, 그중 ‘부안댐’, ‘변산온천’ 등이 적힌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그러니까 다리 밑에서 갈라지는 곳이 있다.
혹은 새만금 방조제를 통해 북쪽에서 부안 방향으로 내려온 경우라면, 새만금전시관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간 도로에서 만나는 두 번째 삼거리(물론 일반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길 기준이다)다. 사실 내비게이션 없이 찾아가기에는 이정표가 조금 미흡하긴 하다.
묵정삼거리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주차장’이라 쓰인 이정표가 보인다. 그리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호수가 하나 있다.
착각하기 쉽지만, 주차장은 주차장인데 이곳이 부안댐 주차장은 아니다. 물론 호수도 부안호가 아니다. 부안댐에 찾아가고자 한다면 그냥 지나쳐도 좋다.
하지만 여기에 굳이 주차장이 있는 이유가 있다. 호수 반대편에 보이는, 바위가 드러나 있는 지형 때문이다. 이 지형의 이름은 ‘벼락폭포’다.
아마 화창한 날에 이곳을 찾은 이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엥? 벼락폭포? 그거 완전 허구 아니냐?”
폭포라고 하면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생각하지만, 벼락폭포는 비가 내릴 때만 ‘폭포’가 되고 비가 그치면 곧 자취를 감춘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 볼 수 있는 것은 다만 때때로 물이 쏟아지곤 했음을 증명하듯 쪼개져 있는 틈새뿐이다.
요즘 날씨가 항상 그렇지만, 취재팀이 찾은 8월 10일도 화창한(이라고 쓰고 ‘햇볕이 뜨거운’이라고 읽는) 날이었다. 물줄기를 볼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곳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흰 바위와 연녹색 숲, 파란 하늘과 그 하늘이 비치는 수면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수변에 길지 않은 산책로가 나 있으니, 양산 하나 받쳐 들고 시나브로 걷는 것도 괜찮다.
여기서 1㎞쯤 올라가면 이제 부안댐이 나온다. 아래쪽에는 수문이 있고, 흔히 ‘댐’ 하면 연상되는 거대한 인공 벽은 조금 더 올라가야 볼 수 있다.
부안댐이 ‘피서지’인 이유는 사실 댐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댐 아래에 조성된 물 문화관과 물놀이 공간이 피서객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비교적 아담한 크기인 물 문화관에는 전시실이 3개 있다. 1층에 하나, 2층에 두 개인데, 특히 1층 전시실에는 물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장치가 있다.
그리고 2층에 있는 전시실 두 곳에서는 부안댐과 부안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물 문화관 옆 분수광장 한쪽에 마련된 물놀이 공간은 역시 아담한 편이다. 물이 발목 정도 깊이로 흐르고, 물가에선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있다.
어린이들이 저마다 튜브를 하나씩 끼고(물 문화관 옆 매점에서 물놀이 용품을 판매한다) 첨벙첨벙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그늘에 돗자리 깔고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들을 합해, 30여 명이 이곳에서 놀고 있었다.
일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설모 씨는 평소에도 이곳에 자주 오는 편이라고 했다.
“일단 무료라서 좋고요, 그늘도 있고, 물이 얕아서 위험하지 않고, 또 깨끗하고. 바닷물은 아무래도 탁한 편이고, 눈도 맵고, 아이들 위험할까 신경 쓰이잖아요.”
광장 한쪽 ‘부안호 문학동산’에 나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폭포와 물레방아가 나온다. 여기서 약 200m를 더 올라가면 부안호가 내려다보인다. 보통 여기를 ‘부안댐 정상’이라고 부르는데, 잔잔한 수면을 내려다보면 더위에 잔뜩 짜증 났던 마음이 조금은 고요해진다.
다만 댐 정상부 광장 한쪽에 있는 ‘물사랑 쉼터’는 냉방이 가동되지 않은 상태였고, 그 앞에 놓인 음료 자동판매기도 작동하지 않아 아쉬웠다.
돌과 콘크리트가 섞인 높이 50m, 길이 282m의 구조물 부안댐이 막아선 것은 내변산을 흐르던 백내천 물이다. 계곡 물을 막아 만수위 42.2m, 수몰면적 3㎢의 호수를 만들었으니, 이쯤이면 ‘상전벽해’급이다.
물론 다른 잘 알려진 댐과 비교하면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당장 용담댐만 해도 높이 70m, 길이 498m고, 수몰면적은 31.4㎢니까 비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부안댐이 ‘작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고, 이 정도로도 전라북도 서해안에 각종 용수를 공급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고 하니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댐 정상 광장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직소정’이라 쓰여 있는 정자와 망향탑이 나온다. 망향탑은 수몰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비석으로, 매년 이곳에서 망향제가 열린다.
직소정 남쪽으로는 오솔길이 하나 나 있는데,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호수를 좀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다. 바람 또한 지상의 그것과는 다르게 시원하게 불어오니, 땀 좀 흘리는 보람이 있다.
앞으로의 변화를 기대해 달라, 변산 해수욕장
잠깐의 산행을 마치고 다시 도로에 섰다. 무심한 주인은 가속 페달을 밟고, 불쌍한 바퀴는 한껏 달궈진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구른다.
묵정삼거리로 나와 과거에는 해안이었던 들판을 오른쪽에 놓고 달리면 곧 새만금 방조제가 나오고, 거기서 다시 서쪽으로 달리면 전에 없던 새로운 길이 나타난다.
새만금 방조제에서 변산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이제 두 가지가 됐다. 하나는 합구마을을 지나치며 S자로 해안을 스쳐 지나가는 왕복 2차선 옛길이고, 다른 하나는 왕복 4차선으로 곧게 뻗은 새 길(격포-하서 간 도로)이다.
어느 쪽이든 타고 남서쪽으로 약 4㎞를 달리면, ‘깔끔하지만 왠지 어수선한 느낌인’ 곳이 나온다.
취재팀이 찾아간 날에도 인부들이 인도에 블록을 까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스팔트를 새로 깐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도로와 아직 주차선도 그려져 있지 않은 주차장도 풍경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과거의 그 대단했던 변산 해수욕장이라기보다는, 이제 막 새로 개발되는 해변을 보는 듯했다.
변산 해수욕장은 지금 ‘변신 중’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라북도를, 아니 우리나라 서해안을 대표했던, 여름만 되면 발 디딜 틈이 없던 해수욕장이었다. ‘서해 3대 해수욕장’으로도 꼽히던 곳이었으니 말 다 한 것이다.
그게 어느 정도였는지는 1960~70년대에 촬영된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1988년 지정된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변산 해수욕장이 포함되면서 주변 개발이 막혔고, 그 결과 시설이 점차 낙후되면서 점차 잊히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변산 해수욕장 몰락의 결정타가 된 것이 바로 새만금 방조제였다. 2006년 4월에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난 이후, 파도의 힘을 방조제가 튕겨내면서 방조제에서 가까운 변산 해수욕장의 모래가 깎여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세굴 현상’으로 매년 2.5㎝씩 깎여나갔으니, 백사장이 생명인 해수욕장으로선 치명적일 수밖에.
당연히 방문객은 크게 줄어, 원래 한 해 10만 명을 넘겼던 방문객이 2010년께에는 2만여 명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것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법. 부안군이 변산 해수욕장 주변 지역을 재개발하는 작업에 나섰고, 그 (아직 마무리가 덜 된)1단계 사업의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변산 해수욕장이다.
재개발 사업은 오는 2018년까지로 예정돼 있고, 1단계 사업은 올 9월 끝날 예정이다.
아직은 변한 것이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분명히 있다.
접근하는 길에 4차선 신작로가 추가됐고, 샤워장이 깔끔해졌고, 주차장이 정비됐다.
‘바닷가에 나가는 것이 조금 그렇다’, 특히 ‘아이들을 바닷가에 내놓기가 좀 그렇다’ 하는 관광객을 위한 물놀이 시설도 새로 들어섰다.
또 최근 조성된 변산 마실길 제1코스와 제12코스(이 코스는 부안댐에서 출발하는 코스다)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국립공원에서 풀려났으니 앞으로는 더 달라질 터다.
해안은 깔끔하고 평화로웠다.
관계자에 따르면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는 하루 800여 명이 찾아왔고, 8월 둘째 주에는 하루 200~300명이 찾는다고 한다. 개장 마지막 날인 광복절까지 ‘라스트 팡’을 기대해볼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명성에 비하면 방문객은 적다.
“올해 단장을 했거든요. 그래서 올해 개장한 줄을 아직 모르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여름 휴가철인데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은 휴양지로서 대단한 장점이다. 시끄럽지도 않고, 세족장이나 샤워장이 밀리지도 않는다.
길이 약 700m의 백사장을 독차지한 듯 밀짚모자 하나 눌러쓰고 비스듬히 누워 느긋하게 저 멀리서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속세를 잊어볼 수도 있다.
모래는 상당히 부드럽다. 밟는 감촉이 좋아, 그저 맨발로 백사장만 거니는 것도 괜찮다. 신발을 신은 채로 빠르게 걷기는 좀 힘들다. 속도를 내려 하면 발이 모래 속으로 빠지는 탓이다.
서해안에 위치한 해수욕장의 공통적인 매력은 역시 썰물 때 드러나는 광활한 갯벌에 있다.
변산 해수욕장 역시 예외가 아닌데, 이날도 쪼그려 앉아 작은 조개 채취용 갈퀴나 호미 따위를 들고 열심히 갯벌을 긁는 사람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찾아왔다는 이정훈 씨(43)와 그의 가족도 거기에 속했다.
“군산, 새만금으로 해서, 새만금 방조제 근처에 변산 해수욕장이 있다기에 구경할 겸 해서 찾아왔습니다. 꽤 가깝더라고요. 바다는 아무래도 아이들이 놀기 좋다는 점이 매력이죠. 특히 서해안은 갯벌이 있으니까, 뭐 ‘잡을 것’이 많아서, 뭘 잡는 재미가 좋습니다.”
그렇게, 오후 7시가 넘었다.
그렇게도 뜨거웠던 태양이 서쪽 수평선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변산 해수욕장의 다른 매력은 해가 질 무렵에 나타난다.
서해안의 해안이 다들 그렇긴 하지만, 변산 해수욕장 또한 해넘이를 바라보기 참 좋은 장소다. 변산 해수욕장의 북쪽 끝에는 아예 해넘이를 테마로 한 ‘사랑의 낙조 공원’이 조성돼 있는데, 팔각정 위에서 느긋하게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하트 반쪽 모양의 조형물에 넘어가는 해를 넣어 사진에 담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미국 국적의 유명한 총잡이 제시 맥크리의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석양이… 진다….”
(제시 맥크리는 게임 ‘오버워치’의 등장인물이다)
이제 돌아갈 시각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