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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는 지금 '수강신청 전쟁 중'

선착순 마감에 학점 따기 좋은 과목 선호 / 자동 클릭 프로그램·강의 매매 현상까지

#. 2학기 수강 신청 날인 지난 16일 오전 7시 전북대 상과대에 다니는 김모 씨(20)는 학교 근처 PC방을 찾았다. 인터넷을 통해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수강 신청 시작 시각인 오전 8시에 앞서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른 컴퓨터를 찾아 나선 것이다. PC방은 이미 전북대 학생들로 붐볐다. 김 씨는 모니터에 수강 신청 페이지를 미리 띄워놓고, 인터넷 표준시간이 8시를 가리키자 곧바로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의 강의를 클릭했다. 하지만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화면이 잠시 멈추다 얼마 뒤 ‘수강 인원 초과로 해당 과목 신청 불가’라는 안내창이 나타났다. 나름대로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듣고 싶었던 과목의 수강 신청에 실패한 김 씨는 분루를 삼켜야 했다.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대학가에서 ‘수강 신청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도내 한 대학생 한모 씨(22)는 “수강 신청을 더 빨리하기 위해 자동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도록 제작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러한 꼼수를 써도 학기마다 원하는 수강 신청을 모두 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강 신청에 실패한 학생과 성공한 학생 간에 강의를 사고파는 ‘강의 매매’도 대학가에 종종 발생하고 있다. 수강 신청에 성공한 학생에게 수강을 취소하게 한 다음, 거의 동시에 수강권을 산 학생이 새로 생긴 빈 자리에 들어가는 식이다.

 

실제 지난주 도내 한 대학 커뮤니티에서 한 학생은 ‘전공강의를 10만 원에 사고 싶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자신의 SNS 아이디를 공개했다.

 

다른 대학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인 또는 인터넷 커뮤니티 및 SNS 등을 통해 음성적인 방법으로 강의를 사고파는 학생들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기마다 수강 신청 전쟁이 벌어지는 건 대부분 대학에서 과목별 수강 신청을 선착순으로 마감하기 때문이다. 취업난으로 학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점 따기 좋은 강의나 과제가 적은 강의에 학생이 몰리는 것도 한 원인이다.

 

도내 A 대학 관계자는 “대학에서 ‘수강 신청’은 과열 현상은 물론, 학생들의 불만이 매년 반복되는 부분”이라면서 “과목을 개설할 때 강의평가와 학년의 학생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모든 학생이 만족하는 강의 개설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B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수요를 조사해 인기 과목의 정원을 늘린다면 특정 강의 또는 교수에게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 ‘그러면 학생 유치를 위해 교육 경쟁으로 가지 않겠냐’는 주장도 있겠지만, 과제가 없고, 학점 받기 좋은 강의에 쏠려 교육의 질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C 대학 관계자는 “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강의를 사고파는 문제는 용납될 수 없다”며 “수강 신청 시스템의 정비와 학생들과 함께 클린 캠페인 등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전북일보 만화뉴스] 대학매일 2 : 그건 아마 전쟁 같은 개강
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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