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것에 행복…아이들 맑은 눈 보며 자신 돌아봐"
‘Happy Friends 전북’제3기 캄보디아 해외봉사단(단장 정종복)은 이달 10일을 마지막으로 캄보디아 아하마을에서의 11일 간의 봉사활동을 마쳤다.
봉사단은 낮에는 무더위와 밤에는 모기 등 각종 해충에 시달리면서도 전북을 대표하는 세계시민으로서 캄보디아 오지마을의 현지 환경개선과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힘썼다.
(사)전북도자원봉사센터(센터장 김훈)이 주관한 이번 해외봉사단은 도내 대학생과 전북일보·전라일보 기자, 배종욱 전북도 자원봉사팀 주무관 등 31명으로 구성됐다.
대학생 단원들은 현지에서 교육봉사, 망고나무 심기, 벽화 그리기, 구호품 전달 등을 맡았고, 도자원봉사센터 정종복 협력사업처장·백상수 대리·조건웅 주임, 배종욱 주무관은 이런 단원들의 활동을 지원했다.
도자원봉사센터는 해외 빈곤국 아동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아쉬운 작별…“도움 돼 보람”
이달 9일 봉사단은 망고나무 과수원 울타리 치기 작업을 마치고, 정들었던 아하마을 아이들과의 작별을 준비했다.
단원들은 아이들과의 마지막 수업에서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목걸이를 하나하나 목에 걸어 주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마음을 달랬다.
몇몇 단원들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한참 동안 서글픈 눈으로 바라봤다.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아이들은 하나 둘 자신들의 마을로 떠났다.
단원들도 삼삼오오 모여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마음을 추스렸다. 이달 10일 단원들은 그동안의 활동을 모두 마무리하고, 짐을 챙겨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에 올랐다.
김홍(23) ‘Happy Friends 전북’제3기 해외봉사단 팀장(원광대 건축학과 3년)은 “대학생 단원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맡다보니 현지 아이들과 친해질 기회가 적어 아쉬웠다”며 “힘들고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이 잘 따라워준 덕분에 무사히 활동을 마쳤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겐 때론 선생님이자 친구였던 단원들은 이번 활동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양아연 단원(23·여·전주대 경영학과 4년)은 “한국에서는 당연한게 생각했던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꼈다.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며 “아이들의 순수하고 맑은 눈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양 단원은 그러면서 “처음 봉사활동을 준비할 때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점차 아이들과 교감하고 현지 주민들의 환경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박성호 단원(20·원광대 영어교육학과 2년)은 “아이들이 가르친 것을 잘 따라할 때 보람을 느꼈다”면서 “다정하게 대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아쉽다. 망고나무 심기로 현지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 말했다.
△황무지에 희망을 심다
빈곤국 캄보디아에서도 열악한 환경인 아하마을은 조성된 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 자립형마을이다.
해외 선교활동을 하던 국내 몇몇 선교사들이 사비를 털어 만든 이 마을에는 현재 5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이 마을에 정착하기 전에 생계수단이 마땅치 않았거나 알코올중독, 가정불화 등으로 자리를 잡지 못해 떠돌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국제 선교단체 ‘하찬캄(하느님을 찬양하는 캄보디아) NGO’는 2013년 서울 여의도 면적(2.9㎢)보다 너른 현 아하마을 일대 숲을 사들여 본격적인 마을 조성사업에 나섰다.
새 삶을 꿈꾸는 현지 주민들을 모아 나무를 베어 집을 만들고, 거친 땅을 일구어 과수원과 농장을 만들었다. 또한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했던 현지 아이들을 위해 초등학교를 세워 한글 및 예체능 교육을 실시했다.
2년 전 선교 및 마을 개척을 위해 아하마을에 온 류종남(39) 선교사는 이 마을의 촌장이자 목사, 초등학교 교장 등 홀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무뚜뚝해 보였던 첫 인상과 달리 그는 현지 아이들이 활동 중 다치거나, 단원들이 하기 버거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 달려와 척척 해결했다.
류 선교사는 “아하마을은 국경과 가까워 캄보디아정부의 세밀한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다. 교육·전기시설 등 생활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해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매우 열악하다”며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삶을 일굴 수 있도록 교육·소득원 발굴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마을을 조합 형태로 바꿔 자립화하는 게 최종 목표다. 특히 아이들 교육을 위해 교사를 육성하고, 학교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하마을은 ‘한글마을’을 표방하고 있다. 지속적인 한글 교육으로 주민 일부는 한국어를 읽고 쓰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류 선교사는 “한국인 선교사와 국내 봉사단이 많이 찾아오고 있어, 이들과의 교류를 위해서도 한글교육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형태의 교육방식을 도입, 아이들이 한글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북 봉사단의 열성적인 활동 덕분에 마을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전북 청년들의 숭고한 땀과 나눔이 아하마을 사람들에게는 삶을 이어갈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 정종복 봉사단장 "어려운 여건 속 맡은 일 해낸 단원들 고마워"
“전북 청년들의 열정과 희생정신이 캄보디아 오지마을을 밝히는 등불이 됐습니다.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빈곤국의 지역개발 및 주민 소득증대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Happy Friends 전북’제3기 캄보디아 해외봉사단을 이끈 정종복 단장은 이제 막 청춘의 길목에 들어선 대학생 단원들에게 때론 아버지이자, 친구 같은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묵묵히 봉사활동을 지켜보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단원들을 하나하나 챙겼다.
그는 가장 걱정스러웠던 현지적응부터 효율적인 활동 진행, 안전사고 예방 등 단장으로서 많은 짐을 짊었다.
정 단장은 “이번 활동에서 단원들이 앞으로 전북을 이끌어 나갈 차세대 리더로서의 소양과 성숙한 세계시민 의식을 보여줬다. 아하마을 뿐만 아니라 단원들도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별 다른 사고도 없었고, 현지 생활환경도 크게 개선돼 매우 만족한다”며 “불편하고 어려운 현지 여건 속에서도 맡은 일을 완벽히 해낸 단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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