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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과 더치페이

김영란법 시행 계기로 잘못된 선물·음식문화 올바르게 정착되기를

▲ 이인섭 국회윤리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선물 및 음식물 비용 기준을 두고 논란이 많다. 음식물비용을 3만 원으로 할 것인지 5만 원으로 할 것인지, 선물비용을 5만 원으로 할 것인지 10만 원으로 할 것인지 서로 다른 입장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서 시행되든지 간에 이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와 국민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혁신적인 개혁법안이다. 이 법의 시행에 따라 우리 사회가 선진국형 사고방식으로 변해 갈 것으로 본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는 ‘선물’하면 좋은 이미지보다는 비싸고 좋은 선물, 상대방의 환심을 살만한 선물,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주는 선물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일본인들한테 수시로 마음과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들을 많이 받아 본 사람으로서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선물에 대한 인식과 사고가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일본에 도착하여 오래된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는데, 일본인들의 관습이 아파트의 위, 아래, 옆 등 이웃한 주민들에게 일본 떡이나 과자 등을 돌려서 새로 이사 왔음을 알리는 관습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자그마한 과자 선물 4개를 사서 옆집 등을 찾아가 새로 이사 왔음을 알리니 매우 반갑게 맞아 주면서 쓰레기 버리는 날 및 방법 등 함께 생활하는 데 필요한 정보 등을 알려 주었다. 그 이후 이웃과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나누면서 쉽게 친해지고 외국 생활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작은 과자 한 상자가 이웃 간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 셈이다.

 

예를 하나 더 들면, 35~36도를 넘나드는 여름 백중날 여러 일본인 지인들로부터 소면 등 먹거리를 선물로 받았다. 동봉한 편지에는 이 더운 여름 소면을 드시면서 건강하게 잘 지내시라는 정성 어린 글이 적혀 있었다.

 

일본인들은 남의 집을 방문하거나, 서로 헤어지거나, 축하할 일이 있거나, 위로할 일이 있거나 할 때 수시로 과자, 나무젓가락, 컵, 펜, 손수건 같은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나에게는 생활의 윤활유와 같이 느껴져 이로 인하여 많은 사람을 사귈 수 있고, 외국 생활임에도 나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이 있음에 감사하며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부정부패와 사회를 왜곡시키는 잘못된 선물문화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로 인하여 고래로 내려온 우리의 미풍양속이 사라지거나 삭막하고 무미건조한 사회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웃 간에 작은 정성이 오가고 소외되고 외롭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작은 선물이라도 나누어 가지는 풍습은 더욱 장려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음식물비용의 제한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더치페이’ 풍조가 퍼질 것 같다. 자기가 먹은 음식비용은 자기가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게 될 경우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게 되고 또한 비용을 생각해서 적당한 가격과 적당량의 음식을 주문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더치페이 확산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적당량의 음식만을 주문하는 습관을 몸에 익혔던 것 같다.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그동안 잘못 형성된 선물문화 및 음식 문화가 건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시정되어, 웃음과 인정이 넘치는 건강한 사회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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