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군 제2회 추경예산 심사가 벌어졌던 예결특위 회의장. 의회사무과를 마지막으로 모든 실과소의 질의 답변이 끝나갈 무렵, 기자는 당연히 회의가 끝날 것으로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때 신갑수 위원장의 의아한 멘트 한 마디가 귀에 들려왔다.
“다음은 (추경예산) 수정안을 상정하겠습니다” 이 멘트와 함께 일정표에도 없던 수정안이 회의 말미에 상정됐다. 배부된 일정표상에 없었던 절차. 그리고 전형욱 기획실장의 수정(예산)안 설명이 이어졌다.
심사 첫머리에 이한기 의원이 물었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추경 예산 자체가 본예산의 수정(예산)안인데, 어떻게 해서 이런 ‘수정안의 수정안’이 올라올 수 있습니까? 이런 일은 없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3선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날카로운 멘트였다. 이렇게 졸속으로 올려도 되느냐는 일종의 면박으로 들렸다.
전 실장은 이런 핀잔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이 수정(예산)안의 통과 여부에만 관심이 있어 보였다. ‘왜 그럴까?’라는 의문은 잠시 후 풀렸다. 이 수정(예산)안에는 이항로 군수가 현재 살고 있는 외사양마을 경로당 관련 사업비가 포함돼 있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이 의원의 한 마디. “외사양마을이 군수님 동네여서 이렇게 (무리하게) 올린 것은 아닌가요?” 이에 대해 전 실장은 묵묵부답이었다.
다음날 A의원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이와 관련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상반기 현지 확인 때 화장실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는 ‘부귀면 황금리’ 게이트볼장에 야외화장실 설치를 강력히 요청했었다. 그리하여 설치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것은 지켜지지 않았다. 추경예산 편성 시기가 임박하자 이항로 집행부는 “예산이 부족해서 화장실 못 짓습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예산 부족, 그것이 이유의 전부다.
그런데 부족했다던 예산이 도깨비 방망이를 맞았던 것일까? 전 실장이 올린 바로 그 수정(예산)안에 게이트볼장 야외화장실 예산이 끼어 올라왔다는 것이다.
이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군수 사는 동네와 관련된 예산을 긴급히 편성하면서 ‘부귀면 게이트볼장’ 야외화장실 예산을 특혜시비 차단용 모양 갖추기로 끼워 넣은 것 아니냐” 또는 “진안읍을 위해 부귀면을 들러리 세웠다” 등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다.
군수가 아닌 ‘이항로 읍장’이란 말이 나온다거나 가까운 곳, 가까운 사람만 챙긴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다면 득이 될 게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도깨비 방망이를 잘못 사용하면 도리어 혹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을 동화 속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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