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작가 11일까지 서울서 40여년 사경 작업 회고
고려 사경(寫經)을 복원하고 전통사경의 맥을 이어 온 외길 김경호 작가가 오는 11일까지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40여 년 사경 작업을 돌아보는 특별전 ‘잉불잡란격별성’(仍不雜亂隔別成)을 연다.
사경은 수행과 기복을 위해 경전을 옮겨 적는 것. 우리나라의 사경미술은 천연 색상을 물들인 한지 바탕에 금·은필로 필사한 매우 격조 높은 불경으로, 불교 전래국을 통틀어서도 단연 최고의 위치에 있었다고 평가 받는다.
하지만 오늘날 계승이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김 작가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유물 소장자를 찾아가며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전통 계승이라는 것도 의미 깊다.
이번 전시는 회고전 형식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작가가의 대표작 약 20점이 전시된다. 0.1㎜ 붓끝에 금니(아교를 녹인 물에 갠 금가루)로 불경을 새기는데, 섬세미려한 서체는 숭고한 아름다움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고금의 금석문을 두루 섭렵한 탄탄한 기반 위에 구도자적 연찬과 정진을 통해 이룩한 것이다.
전시 제목인 ‘잉불잡란격별성’은 의상조사의 법성게에 나오는 구절로, 순수하고 가지런히 따로 따로 이뤄진다는 의미다. 그는 사경을 통해 정신세계를 성실하게 계승했고, 새로운 예술적 아름다움의 세계와 수행의 미덕을 창조했다. 온 몸을 던져 탈진상태가 될 정도로 오롯이 작업에 매진하는 그의 순수한 작업 열정은 전통을 뛰어넘은 경이로움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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