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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 속 식용견 해외에 입양, 생명 구해

전주 안의진씨, 동물보호단체 글 보고 동참 / 농장 주인에 매일 반찬 전하며 설득해 매입 / 32마리 미국·캐나다로…11마리는 국내 치료

▲ 전주 송천동의 식용견 농장에서 43마리의 식용견을 구조한 안의진씨가 11일 농장을 다시 찾아 철거작업을 준비하기 위해 개털과 배설물이 얽혀 녹슨 철제 뜬장을 확인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11일 오전 10시 전주시 송천동의 한 카페. 이 곳에서 예비 시어머니를 도와 일하고 있는 안의진 씨(28)가 쪽문으로 나가더니 밤새 길고양이들이 먹고 가 텅 빈 그릇을 씻은 뒤 사료를 채웠다.

 

주민들이 잡아먹은 ‘반려견 하트 사건’으로 세상이 흉흉해서일까. 인터뷰를 요청한 지 사흘이 지나서야 겨우 시간을 내 마주 앉은 그녀는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세상에 잘못 비춰져 오해를 살 것 같았고, 그래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었다”며 웃었다.

 

안 씨는 최근 전주시 송천동의 한 식용견 농장에 있는 개 43마리를 구조해 해외에 입양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신의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3마리의 뒤치다꺼리도 바쁘지만 그녀는 카페 일 돕기, 길고양이 돌보기를 하느라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동물의 해외 입양·위탁 보호시설에 국내 식용견을 구출해 보내는 일에 열심이다. 벌써 5개월째. 지난 6월 중순 동물보호단체 ‘Free Korean Dogs’대표인 닉네임 ‘Ek park’씨가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한 “전주시 송천동에서 식용견을 구출하는데 동참할 분 있나요?”라는 글이 도화선이 됐다.

 

캐나다에 있는 비영리 단체인 ‘Free Korean Dogs’는 한국 사람이 대표를 맡고 있다. 전주를 비롯해 전국에서 식용견을 파는 곳을 찾아낸 뒤 지역민들의 도움을 받아 해외로 입양을 보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 씨는 3년 전 전북지역 반려견 모임을 가지면서 방치된 동물을 구조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동물 애호가인데도 ‘Ek park’씨의 글을 보면서 두려움이 앞섰던 것은 까칠한 식용견 농장 주인이었다고 고백했다.

 

“거의 매일 혼자 사시는 농장 주인에게 반찬을 전해드리고, 손녀처럼 살갑게 했어요. 어느 날 주인이 ‘용건이 있냐’고 하길래 식용견을 구조하고 싶다. 그냥 달라고 하지 않겠다. 팔아달라고 사정했어요.”

 

그녀가 이 고되고 험한 일을 놓을 수 없었던 건 개들이 겪고 있는 열악한 환경 때문이었다.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만든 식용견 농장은 1970년대 구입된 철조망과 뜬장(동물의 배설물을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은 철창)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게다가 농장 주인은 악취가 심해 먹을 수 없는 사료를 개에게 주기도 했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7월 19일 농장 주인을 설득해 ‘개를 팔고, 개 사육을 하지 않겠다’는 계약을 맺었고, 개 한 마리 당 40만 원에 사기로 일단락지었다.

 

‘식용견 구출작전’에 나선 안 씨는 페이스북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모임’에 글을 올려 도움을 청했고, 순식간에 60명이 후원자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전염병으로 숨진 11마리를 제외하고 11일 현재 안 씨가 구조한 개는 총 43마리. 구조견들은 동물보호단체 ‘Free Korean dogs’와 ‘Humane Society International’, 동물 구조활동가 오진옥 씨의 도움을 받아 32마리는 미국과 캐나다에 입양이 진행되고 있고, 나머지 11마리는 국내에서 치료 중이다.

 

익산에서 발생한 ‘반려견 하트 사건’이 동물 애호가들에게 전북의 이미지를 어둡게 하고 있는 가운데 안 씨의 ‘식용견 구조’활동이 지역 사회와 동물 애호가들에게 또 다른 새로운 여운을 주고 있다.

 

“너무 힘들었던 과정이라 다른 식용견 농장을 찾아가는 것은 좀 더 생각해보려 한다”는 안 씨는 “앞으로 길고양이 밥 주기랑 송천동에 있는 길고양이들 중성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작은 목표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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