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주말엔 TV·휴대폰 끄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길
예전에 없던 더위가 지나고 독서의 계절이 찾아왔다. 과거 선인들이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부른 이유는 우선 가을은 하늘이 맑고 기온과 습도가 적당해 다른 계절보다 독서하기에 편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경우에는 날씨에 구애 받지 않는 다양하고 쾌적한 실내 장소 항상 준비돼 있어 굳이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과거 선인들은 이 같은 기후조건 뿐만 아니라 음양오행의 원리를 들어 가을을 독서하기 가장 유리한 계절로 꼽았다. 오행에서 봄(木)은 새싹이 돋아나고 여름(火)은 꽃이 피는 것, 가을(金)은 열매를 맺고 겨울(水)은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선인들은 金으로 상징되는 가을을 두고 ‘곡식을 창고에 쌓아 놓듯 머릿속에 지식을 담아두기 적절한 시기’라 생각했다.
어떤 이유이든 독서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고 이 때문에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는 다양한 고사성어도 현재까지 이어진다.
그 중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는 말이 있다. ‘책을 매었던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뜻으로 공자에게서 유래했다. 공자는 생전에 ‘시경’· ‘서경’· ‘춘추’ 등 수많은 고전을 정리했으며 제자들에게 시·서·예·악을 가르쳤다. 특히 그가 설파한 치국의 도리인 ‘인(仁)’은 수천년간 동양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공자는 수 십년간 제자들과 여러 나라를 돌며 군주들에게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도를 설파했다. 이 중심에 독서가 있음은 불문가지다. 이를 위해 공자 자신도 항상 책을 몸에 지니고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마땅한 종이가 없던 당시 사람들은 가죽으로 대쪽을 엮어 죽간을 책으로 사용했다. 당시 공자가 죽간으로 만든 ‘주역’을 얼마나 많이 읽었던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는 일이 생겼다. 이들 두고 사람들은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 불렀다.
독서에 얽힌 고사성어는 이뿐만이 아니다. ‘눈빛이 종이 뒷면을 뚫을 정도로 책을 정독을 했다’는 안투지배(眼透紙背), ‘책을 백 번 읽으면 뜻을 저절로 알게된다’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등이 있다.
이 같은 고사성어는 현대인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독서는 이제 낯선 이름이 되어 가고 있다. 과거 버스나 지하철에 탄 승객들의 손에 쥐여 있던 책들은 이제 스마트 폰으로 바뀌었고 TV 방송 등을 통해 쏟아지는 다양한 콘텐츠는 현대인의 오감을 압도하고 있다. 더 이상 독서삼매경에 빠질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언제나 북적이던 동네어귀 서점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고 독서삼매경에 빠진 이들은 가끔씩 외계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현대인이 책 읽기를 포기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현재도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비아스의 형태로 독서의 과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독서라는 것이 단순히 ‘지혜나 지식’ 넓혀가는 수단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 한장 한장 넘기는 독서야 말로 메마른 현대인의 감성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예전 만 못하다’고 말한다. 경제적 풍요는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인간적인 따스함이 과거만 못하기 때문’에 느끼는 볼멘소리일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TV와 스마트 폰을 끄고 서점을 찾아가서 책장을 한장 한장을 넘기며 메마르고 잃었던 감성을 다시 회복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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