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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시아현대미술전 2016-아시아 청년36' ② 예술은 감동을 먹고 산다

▲ 장석원 전북도립미술관장

인도 작가 파라그 소나르가레의 남자 누드 작품이 있는 3실 입구에서 자원봉사자 몇 분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서있길래 이유를 물으니 김제동초등학교 학생들 관람 때문에 막아달라는 교사의 요청이 있었단다. 어떤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유도해 들어가서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한단다. 나이 든 관객은 ‘남사스럽다’고 말하면서도 가까이 들여다보기도 하고 30대 여성 관객은 멋지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작가는 자기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모델로 정교하게 벗은 몸을 그렸지만 그가 정작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신체에 담긴 삶이라고 한다. 신체는 그 자체로 그 사람의 인생을 말해준다고 한다.

 

4박 5일간의 ‘아시아 청년 국제교류 워크숍’은 전주 한옥마을 전통문화관과 숙소 어사화에서 이뤄졌다. 희망하는 참여 작가와 발제자 20여명이 밤낮으로 자국의 현대미술 상황과 작가 자신의 문제들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현재적 상황에 대한 인식과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제기 되었고, 미얀마의 검열과 그에 대처하는 작가들 이야기, 중국의 현대 사회와 실험미술의 관계 등이 논의되는 한편 작가별 개개인의 발표와 토론이 잇달았다.

 

그 기간 동안에 작가들은 매우 친밀해졌다. 전주 작가 이가립은 통역을 통해서 자신의 작품 내력을 설명하고 질문과 답변을 진행했지만, 이 같은 경험은 처음이라면서 작품의 진로에 큰 전기가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음식을 공동으로 조리해 나눠먹기도 했고, 가족회관 비빔밥을 먹기도 했다.

 

막간을 이용해 베트남 작가는 아픈 어머니에게 선물하기 위하여 약국에서 청심환을 몇 상자 샀고, 인도 작가는 박성수 작가를 앞세워 골동품 점을 몇 군데 다녔다. 객사 앞 빌바오에서 하루 저녁 치맥 파티를 열어주었다. 작가들은 비치된 피아노를 치고 코스프레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즐거워했다. 예술동호인인 한 치과병원 원장은 가곡을 불러주었다. 모두 친구가 되었다.

 

이들은 끊임없이 페이스 북을 통하여 아시아현대미술전과 워크숍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광주비엔날레를 다녀왔던 필리핀의 덱스터와 인도네시아 루디는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광주보다 전주가 더 낫다고. 왜냐하면 광주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독의 컨셉만 강조해서 작가와 작품이 안 보이는데, 전주는 간명하게 아시아의 컨셉이 보이고 작가의 작품성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능한 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그 신뢰가 곧 진정한 네트워크이다. 지금도 페이스 북을 통하여 여러 가지 의견들을 나눈다.

 

문을 열면 친구가 보인다.

 

초등생 단체 관람 중 한 아이가 윤성필 작가의 동전 하나를 손에 들고 들여다본다. 원형을 돌고 도는 두 개의 동전, 그것이 그리는 원형의 궤적…. 그 의미를 아는 걸까, 모르는 걸까? 관객에게 국수를 끓여주는 작업의 유목연 작가는 연인과 이별 후 1년여 노숙자 생활을 하다가 돌아와 그 경험으로 음식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기실 미술관 안에서는 화력을 가동시키기 어려워 그는 개막 무렵 보온통에 뜨거운 물을 담아와 아프리카 커피를 대접하고 그가 매뉴얼화한 국수 패키지를 관객에게 선물했다. 집에서 끓여 먹으라는 뜻으로. 실제 끓여먹고 그 맛이 그럴 듯 했다는 후기를 보내온 관객도 있다. 우리는 소통을 해야한다. 단, 그 소통의 방식을 연구하고 보다 감동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예술은 감동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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