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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차를 만드는 일

▲ 서경원 변호사

나는 초년생 변호사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따금씩 일에 익숙해진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힘들어 일을 그만 두고 싶으면서도 아주 가끔 찾아오는 보람 때문에 선뜻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있다.

 

내 일터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고성이 오간다. 내가 일하는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정서는 분노와 억울함이다. 잔뜩 골이 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맥 빠지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일 터이다.

 

불안정한 인생에 대한 고민

 

그래서 결심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를 하나 더 가지기로 말이다. 마침 친구가 꽃차 소믈리에 수업을 들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따라서 배우기로 결심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우아해 보이는 취미를 갖고 싶었던 차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 꽃차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리병 속 색색의 꽃차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꽃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꽃이 필요하다. 뜨거운 물에 우려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한 식용 꽃을 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같은 꽃이어도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특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같은 방법으로 같은 품질의 꽃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꽃잎을 잘 다듬어 건조작업을 하는 것 또한 보통 일이 아니다. 꽃잎은 연약한 만큼 열과 습기에 민감하다. 꽃을 덖는 작업도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고 수분이 모두 빠질 수 있게 여러 번에 걸쳐 이루어진다.

 

수업을 들은 날은 집에 와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자야 한다. 꽃을 완성되지 않은 채로 오래 두면 금세 상태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겁게 짓누르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깊은 밤에 꽃을 덖고 있자면, 쉽게 예쁜 꽃차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던 나 자신이 슬며시 부끄러워진다. 이런 고된 과정을 거치고도 타버린 몇몇 꽃잎을 보다 보면, 세상에는 손쉽게 내 손에 쥘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대학교에 입학하면 인생의 관문이 끝날 줄로만 알았던 시절을 지나, 취직을 하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직업을 가지고도 끝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 하던 일을 그만 둘까, 이미 시작해버려서 그만 둘 수 없는 일을 계속 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결코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청춘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던 불안정한 인생에 대한 고민은 사실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었다니, 배신감이 크다.

 

취미로 배우는 꽃차 정도는 그래도 손쉽게 만들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이것 또한 단계마다 나름의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하물며 삶을 만들어 가는 일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고된 일이겠는가.

 

모든 것엔 꾸준한 노력 있어야

 

그저 예쁜 꽃을 보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꽃을 덖다 보니 겸손한 마음이 절로 든다. 일을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많지만 때로 보람된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면, 이 일을 계속 해도 되지 않을까. 고되긴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새로운 꽃차를 마실 수 있는 이 취미가 꽤 마음에 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나 자신을 조금 더 격려하며 청춘의 또 다른 관문을 무사히 통과해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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