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0조원을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2040년까지 투자하겠다고 한 약속은 처음부터 황당무계했다. 이명박 정부가 LH를 경남 진주로 옮기기로 하면서 전북의 저항에 부딪힌 것을 해소하고 또 그 것을 빼앗겨 코너에 몰린 김완주 전 지사가 출구전략을 세워 탈출토록 하는 한편 삼성 이건희 회장은 정부 경제정책이 낙제점이라고 비판해 역린을 건드린 점을 만회하려고 짜맞춘 삼자 간의 합작품이었다.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키로 한 것은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MB정권이 LH를 진주로 결정하고 발표만 남겨 놓자 김 전 지사는 사즉생의 각오로 ‘LH를 진주로 빼앗길 수 없다’며 정부를 상대로 투쟁에 나섰다. 도내에는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로 홍수를 이뤘다.
삭발까지 하며 강하게 김 전 지사가 나선 듯했으나 MB한테 항상 원죄 같은 게 따라 붙어 투쟁에 한계가 있었다. 김 전 지사가 MB 새만금 대선 출정식 때 ‘새만금특별법이 통과 되지 않은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다’고 몰아 붙여 고춧가루를 뿌린 게 화근이었다. MB가 대통령이 되자 김 전 지사는 자신의 발언을 무마하려고 청와대에 온갖 선을 대서 화해 제스처를 썼다. 민주당이 언론악법 철회를 위해 가투를 벌일 때 김 전지사가 MB한테 200만 도민의 이름으로 사은숙배 형식의 새만금 감사 편지를 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교착상태에 빠진 정국의 국면전환을 위해 편지를 공개하겠다고 동의를 구하자 김 전 지사가 응낙했던 것. 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은 ‘적장에게 항복문서를 바친 것이나 다름 없다’며 김 전 지사를 출당 조치토록 지도부에 요청했다.
김 전 지사는 LH 유치 실패에 따른 공방이 거세게 일자 책임을 벗기 위한 출구전략이 필요했다. 그게 김 전 지사가 요청해서 만들어진 삼성의 새만금 MOU다. 김 전 지사는 2011년 4월 27일 삼성과 MOU 체결 다음날 LH 무산에 따른 이명박 정부 규탄 플래카드를 삼성투자 환영 플래카드로 대체토록 지시했다. 하루 만에 세상이 바뀌었다. 20일 뒤 LH의 경남 이전이 발표되고 임채민 국무조정실장은 넉달 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정부에 밉보인 삼성은 마지못해 관계개선 차원에서 새만금 투자를 수용했던 것 같다.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이재용 부회장을 국감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으나 무산되자 국민의당 측이 지난 24일 삼성사장단과 간담회를 주선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성과가 없었다. 결국 삼성한테 면죄부를 준 통과의례였다. 다시금 김 전 지사의 책임론이 불거진다. 민선 지사인 김 전 지사는 도민들한테 석고대죄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더 한심스러운 건 도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긴 김 전 지사가 지난 4월부터 도민은행인 JB우리캐피탈 고문이 됐다. 기사 딸린 고급승용차와 사무실을 제공 받으면서 고액 연봉까지 받고 있다. 왜 김한 JB금융지주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수당문 현판을 떼어낸 김 전 지사를 고문으로 시켰을까.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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