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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고 해괴한 진영논리 그만둬라

도대체 정신이 제대로 박힌 것인가? ‘내 새끼’가 아니니 죽든 살든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내 새끼’는 어디까지이고 ‘내 새끼가 아닌’ 아이들은 또 누구인가? 교육기관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은 충격이다. 시정잡배라도 이런 말은 하지 않을 듯싶다.

 

교육부가 ‘올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전북과 경기교육청에 대해 내년도 보통교부금에서 올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미편성분만큼 삭감하겠다’고 통보한 것과 관련, 전북도교육청의 한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오히려 속이 편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예산을 줘도 어차피 쓰지도 않을 돈이니 깎여도 도교육청에는 손해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동안 정부가 보통교부금에 포함시켜 지원해준 누리과정 예산을 다른 교육재정 수요에 썼으니 전북교육청이 그만큼 이익을 본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고 한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고 시도교육청에 지원하는 보통교부금에 포함시킨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집행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승환 교육감의 소신이나 그동안의 언행과 궤를 같이 한다. 김 교육감의 소신과 교육철학에 대해서 여기서 더 이상 왈가왈부 하고 싶지는 않다. 작금의 문제가 그의 잘못만은 아니고,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예산삭감 방침을 도교육청의 ‘재정손익’으로만 계산하는 관계자의 시각에는 인간성이 메마른 배타성이 담겨 있다. ‘오히려 맘이 편하다’는 말 속에는 아이들이야 어찌되든 누리과정 예산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는 편협한 이기주의가 숨어 있다.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소외되고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미안함이나 안타까움, 관심조차 없다. 도내 1563개 어린이집에 다니는 누리반 아동은 2만 여 명이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어린이들에게 공평한 교육과 보육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된 공통 표준교육 내용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든, 유치원에 다니든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게 기본적인 출발선이다.

 

우리나라 최상위법인 헌법 제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의 기회에서 소외돼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의조차 저버린 관계자의 발언은 헌법이 규정한 교육의 정신을 망각한 것이고 위험하고 해괴한 진영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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