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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퇴진하라"…거리로 나온 성난 민심

대규모 촛불집회·시국선언 잇따라…전주 시내버스 300대 '경적시위'도

지난 28일과 29일 이틀간 ‘최순실 게이트’ 소식을 접한 성난 도민들은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대학에서 시국선언을 천명하고, 시내버스가 시위 경적을 울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분노와 상실감을 표출했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 ‘시내버스 경적 시위’ 재현 = 지난 29일 오후 4시 전주시 서노송동 세이브존 앞. 민주노총 전북지부 등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시민 300명 이상(경찰 추산 250명·주최 측 추산 400명)이 모여 집회를 연 뒤 한옥마을까지 도로 행진을 했다.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시내버스 300대는 유리창에 ‘박근혜 퇴진’ 손팻말을 부착하고 경적을 3분간 울리며 시위에 동참했다. 갑작스러운 시내버스의 경적에도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버스 내부에는 ‘전주시민 여러분! 전북버스노동조합은 박근혜 퇴진에 동의하는 뜻으로 3분 정도 경적을 울립니다.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됐다. 본보가 이날 촬영한 ‘전주 시내버스 경적 시위’ 동영상은 유튜브(yotube)에 게재된 지 하루만에 조회수 12만 건을 기록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자랑스럽고 멋있습니다”“전주 시민들 응원합니다”“민주화의 성지” 등 응원글을 올렸다.

 

대열이 고사동 차 없는 거리로 이동하면서 나들이객도 집회에 합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오후 5시 한옥마을에서는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거나 구호를 함께 외치는 등 인파가 2~3배로 불어났다.

 

△다시, ‘촛불’문화 확산 조짐 = 지난 28일 오후 7시 전주시 전동 풍남문 광장. 책가방을 멘 고등학생 3명이 쪼그려 앉아 종이컵에 양초를 끼워 넣고 있었다. 몇 분 뒤 광장 한복판에는 시민 400명 이상(경찰 추산 350명·주최 측 추산 500명)이 모였다. 외침보다는 비명에 가까웠다. “최순실 나와라, 박근혜 나가라” 검정 점퍼를 입은 중년 남성은 얼굴에 그늘진 표정으로 짤막하게 한마디 했다. “이것이 나라입니까?” 구체적인 말은 욕이 절반이었다. 함성과 분노에 씹혀 꺽꺽 묻혔다.

 

촛불을 든 우석고 3학년 우민준 군은 “학교에서도 뉴스를 보며 선생님과 시사적인 대화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좀 심한 것 같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광장에 나왔다”고 했다.

 

광장에서는 학생부터 회사원, 가족들이 함께 촛불을 들며 구호를 외쳤다. 한국인 친구와 함께 온 한슨 씨(32·덴마크)는 “덴마크에서도 정책에 반대해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적은 있지만, 한국처럼 대통령에 대항해 시위한 경우는 없다”고 했다. 오후 8시 30분이 되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새누리당 전북도당까지 도로 행진을 했다.

▲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국선언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9일 전주 팔달로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대학가 ‘시국선언’천명 = 지난 28일 오후 2시 전북대 이세종 열사 추모비 앞. 시국선언을 발표한 허재무 전북대 총학생회장은 “국민의 대표로서 선출된 대통령이 최순실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며 “최순실을 비롯한 관련 인물들에 대한 성역 없는 특검수사와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추후 후속대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자유 발언에서 김서희 학생(공공인재학)은 “최순실이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과 헌법을 무시한 대통령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전주대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시국선언에서 김민재 전주대 총학생회장은 “건강한 노력의 대가를 배워왔던 우리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은 배신감을 안겨주었다”고 말했다.

 

한편 31일 오후 6시 30분 풍남문 광장에서 제2차 촛불집회가 예정됐다. 또한, 이날 전북대 교수회와 원광대 총학생회가 시국선언과 관련해 내부 논의를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져 민중총궐기가 예정된 다음달 12일 전방위적인 국민 투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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