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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백남기 농민 영면…풍남문 분향소 철거

세월호 분향소에 사진·소품 비치 계획

▲ 7일 오후 8시 무렵, 전주 풍남문 광장 故 백남기·세월호 합동분향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권혁일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떠들썩한 가운데, 전주시 전동 풍남문 광장에 설치된 고(故) 백남기 농민의 분향소가 조용히 철거됐다. 7일 오전 찾은 백 씨의 분향소는 25㎡(7.5평) 남짓한 속 빈 천막 하나만 남아 있었다.

 

백남기 농민이 눈을 감은 지 44일, 고 백남기 농민 전북투쟁본부가 분향소를 설치한 지 43일 만이다. 이 천막도 오후에 철거됐다.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하던 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서울대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다 지난 9월 25일 영면했다. 유족은 백 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강행하려는 경찰과 대치하던 끝에 이달 5일 장례식을 거행했다.

 

지난 9월 26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등 도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고 백남기 전북투쟁본부는 풍남문 광장 세월호 현수막 옆에 백 씨의 영정 사진과 화환, 향로와 촛불 등으로 제단을 만들어 시민들의 분향을 받았다. 지난 6일까지 방문객 4000여 명, ‘백남기 농민 특검 추진’ 서명자 3000여 명, 모금액 400여만 원이 모였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 시민들의 시선이 쏠리며 백남기 농민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백남기 농민 장례가 치러진 지난 5일 밤에는 분향소를 찾는 발걸음이 더 줄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집회 참가자들은 일제히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오후 7시 집회가 고조되자 수 천 개의 촛불 사이로 한 대학생이 분향소를 찾았다.

 

향을 피우고 묵념을 마친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한상구 씨(21·2학년)는 “지난해 민중총궐기 때 백남기 농민과 함께 물대포를 맞으며 투쟁했다”며 “서울에서 진행된 민주사회장에 참석해 백남기 농민이 마지막으로 가는 길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한 악과 싸우는 것은 빛이 없는 터널 속을 지나는 느낌이다”는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의 소회를 기자에게 전해주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백남기 농민 천막 지킴이의 한 관계자는 “10월 초 백남기 농민의 조문을 위해 많은 분들이 찾았는데, 중순부터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불거지며 관심을 더 이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고 백남기 농민 전북투쟁본부는 풍남문 광장 한 켠을 차지하는 천막을 철거하는 대신 세월호 분향소에 백남기 농민을 추억할 수 있는 사진과 소품을 비치해 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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