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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의 원동력, 휴식

휴식 모르는 사회…경쟁력 확보 위해 쉼의 미학 알아야

▲ 한동영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출근길에 신호에 막혀 교차로에 정차할 때면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가끔 무료할 때가 있다. 잠깐 딴전을 피우다 바뀐 신호를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면 약속이나 한 듯 뒤에서 경적을 울린다. 흠칫 놀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이럴 때면 복잡하고 잘 발달된 문명마저 덧없게 느껴지고 뒤편 운전자가 얄밉다는 생각마저 든다. 세상은 참 빨라지고 화려해졌지만 순간의 휴식마저 허락하지 않는다는 야속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장자(莊子) 잡편(雜編)에 자신의 그림자와 발자국을 싫어하고 두려워하여 도망다닌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자신의 그림자와 발자국 소리를 피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발 들기와 달리기를 지속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발자국은 더 많아졌고 달리기를 빨리 해도 그림자가 몸에서 떨어지지 않자, 스스로 자신이 아직도 느리다고 여겨 쉬지 않고 달리다가 힘이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장자는 이를 두고 그늘 속에 머물면서 그림자를 그치게 하고 조용한 곳에 머물면서 발자국을 쉬게 할 줄 몰랐으니 어리석음이 심하였다고 이야기했다.

 

비록 장자가 위와 같은 글을 쓰게 된 것이 공자의 사상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필자는 위 이야기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쉼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하는 내용이라고 재해석하고 싶다. 또한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초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우리 국민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근면과 성실로 빠른 경제적 풍요를 이루며 세계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 때문인지 우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경쟁에 내몰리며 쉼 없는 일상을 습관처럼 살아왔다. 청소년 시기에는 입시전쟁을 통해 하루의 유일한 휴식인 취침시간마저 저당 잡혔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취업전쟁으로 내몰렸고 그나마 마련된 직장생활도 소리없는 경쟁의 연속이었다. 우리에게 ‘휴식’이라는 말은 마치 패배나 사치와 같은 단어처럼 인식됐다.

 

한 취업사이트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 상당수의 직장인이 휴일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나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휴식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휴식에 대한 이해나 방법을 찾아야 더 나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개구리가 움츠리는 것은 더 멀리 뛰기 위함이요, 한겨울에 나뭇잎을 떨군 나무는 새봄의 찬란함을 위하여 휴식에 들어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DNA에 각인된 ‘쉼 없는 무한궤도’는 아직까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성경 창세기는 신조차도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고 7일째 휴식을 취했다고 말하고 있다. 휴식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원동력이다. 이 때문에 최근 우리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쉼의 미학’에 대한 논의는 지극히 생산적인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휴식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와 방법론을 찾아야 하는 때라는 것이다.

 

저녁 뉴스에 겨울의 문턱인 입동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전국의 주요 산과 유원지에 늦가을 정취를 느끼려는 인파들이 크게 붐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즈음이면 정읍에 있는 내장산의 단풍도 절정을 이루어 울긋불긋한 단풍이 온 산을 뒤덮고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당장이라도 내장산으로 달려가서 가을을 만끽하고 싶은 생각도 해 본다. 아쉽지만 저녁 무렵 산책길에서 동네 어귀에 늘어선 몇 그루의 단풍 속에서 내장산을 만난다. 잠시의 사치를 통하여 또 다시 시작될 일상을 준비하면서 내일 출근길에 앞차가 신호를 놓친다면 그를 위해 잠깐의 휴식을 허락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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