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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변신,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다 ⑤ 타이완 가오슝 보얼예술특구] 황폐한 항구도시가 활기찬 문화도시로

일제때 조성 대규모 창고지 2000년부터 공간 탈바꿈 / 가오슝시 적극 지원·관리 / 철도박물관 등 역사 연계 / 각종 축제·콘텐츠 개발도

▲ 보얼예술특구 펑라이창고지. 중공업도시였던 가오슝시를 상징하는 설치작품이 창고지 입구에 서 있다.

타이완 남부의 항구도시 ‘가오슝(高雄市)’은 산업유산을 문화재생하는 아시아국가들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불과 15년 전만 하더라도 평범한 항구도시였던 이곳이 급부상한 것은 대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보얼예술특구(駁二藝術特區, THE PIER-2 ART CENTER)’ 때문이다. 25동의 물류 창고가 공연장과 전시장 영화관 박물관 창작공간으로 빠르게 바뀌며 대단위 문화지구로 가꿔지고 있다.

 

△중공업·물류 도시로 영화 누려

가오슝은 중공업과 물류가 발달한 항구도시였다. 산업발전과 함께 중공업은 쇠락했고, 물류기능도 감소했다. 타이베이에 이어 타이완의 두 번째 도시였지만 발전 동력을 잃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제2부두에는 수십 여동의 물류창고가 있었지만 도시 쇠락과 함께 창고도 비어갔다. 가오슝시가 물류창고단지에 주목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이다. 전성기 도시 역사를 간직한 이곳을 문화특구로 지정하고, 기업소유의 창고를 직접 임대하기 시작했다.

 

△문화재생으로 전성기 되찾아

▲ 작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방에서 방문객들이 체험을 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문화특구에 대한 관심이 촉발됐다. 2000년대 초반 예술가들이 창고를 빌려 창작과 공유작업을 했다. 가오슝시가 본격적으로 특구 조성에 나선 것은 지난 2006년부터. 문화국 산하에 ‘보얼특구 운영센터’를 두고 임대 창고를 늘리면서 공간을 가꿨다.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진지 10여년 만에 보얼예술특구에는 25개의 문화창고가 들어섰다. 특구는 크게 세구역으로 조성됐는데, 가장 먼저 가꿔진 곳이 따용창고지(大勇倉庫群, DAYOUNG WAREHOUSE)다. ‘보얼(駁二, PIER-2)’이라는 명칭은 따용창고지에 남아있는 창고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따용창고지에는 12개동의 산업유산이 남아있다. 대부분 2차 세계대전 당시 지어진 것들로 물류창고와 함께 국영은행 창고도 있다. 현재 이곳에는 영화관과 서점, 전시장 등이 들어섰다. 특수효과 등 영화관련 업체도 입주했고, 공예관련 제조업체도 있다. 영화관은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함께 상영하며, 전시장은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서점은 타이완의 유명 서점기업인 성품(誠品)서점이 맡았다.

 

△역사 기억하는 공간 구성

▲ 보얼에술특구 곳곳에 설치된 작품들.

7동의 창고가 모여있는 펑라이창고지(蓬萊倉庫群, PENGLAI WAREHOUSE)는 공간의 역사를 기억하는 시설이 들어섰다. 펑라이창고지에는 가오슝 최초의 기차역이 있었다. 철로와 항구가 만나는 곳에 창고단지가 조성된 것이다. 가오슝시는 창고 중 두 곳을 철도박물관으로 꾸몄다. 가오슝시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다. 창고 사이사이에 작은 철로를 깔아 꼬마기차도 운영한다. 다른 창고는 전시장과 공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펑라이창고지에는 다른 구역과 달리 넓은 잔디광장이 조성됐는데, 시민들의 피크닉장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세개의 구역중 최근에 조성된 곳이 따이창고지(大義倉庫群, DAYI WAREHOUSE)다. 이곳은 예술가 창작공간과 작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방이 들어섰다. 레지던시공간은 대부분 외국작가를 입주시켜 현지 예술가와 교류할 수 있도록 하고,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공방은 창작과 체험 및 판매로 이어지는 곳인데, 문화산업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 정부가 운영하는 유일한 특구

▲ 펑라이창고지 앞마당에는 관광객을 위한 작은 철로가 있고 꼬마기차가 다닌다.

보얼예술특구가 이렇듯 대규모의 복합문화특구로 가꿔진 것은 가오슝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얼예술특구는 타이완에서 시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유일한 문화특구이다.

 

시는 부둣가의 창고를 직접 임대하고 전담 부서를 만들어 민간전문가를 채용했다. 운영센터에는 40여명이 일하고 있는데, 공무원과 기획자가 절반씩 차지한다. 시는 항구주변을 문화특구로 지속 조성·관리할 방침이다. 부두 주변 개발계획을 세우고, 현재 특구를 관통하는 옛 철로를 따라 경전철을 놓고 있으며, 시의 유람선도 특구와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순수예술공간과 상업공간의 조화도 특징이다. 순수예술공간은 운영센터에서 직접 관리하지만 영화관 서점 공방 까페 등 특구내에 다양한 상업공간은 민간에 임대하고 있다. 운영자는 엄격하게 선정하는데,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공간이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인테리어까지 사전 협의하는 등 특구내 시설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관리하고 있다.

 

콘텐츠를 가꾸는데도 열심이다. 특구에서는 국제철제예술제와 컨테이너축제를 격년으로 개최하고 있다. 중공업과 항구도시의 성격을 보여주는 행사인데, 철제예술제는 폐철제를 기증받아 2주동안 작가들이 특구에 모여 현장에서 직접 작품을 만들고 전시한다. 특구 곳곳에 전시된 대부분의 설치작품이 철제예술제를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린 훼이 위 보얼예술특구 관리팀 매니저는 “지난 10여년 동안 가오슝시 문화정책에 큰 변화가 있었다”면서 “시가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비어있는 창고가 많아 특구를 확장하고 있다”면서 “과거를 기억하며 현재와 미래를 가꾸는 보얼예술특구만의 특성을 지키면서 장기적으로 독립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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